국내 의료진이 유방암 환자의 유전자를 토대로 재발 위험도를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규명했다.
안성귀·국윤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와 이새별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3~2020년 병원을 찾은 호르몬수용체(HR) 양성, 인간 표피성장인자 수용체 2형(HER2) 음성 유방암 환자 2295명을 분석한 결과 HER2 발현에 따라 재발 위험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유방암은 환자가 보유한 인자 유무에 따라 여러 아형(subtype)으로 분류된다. HR 유무에 따라 양성과 음성으로 분류한 다음 HER2 단백질 유무로 구분하는 게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HR 양성이면서 HER2 단백질이 없는 유방암 환자도 ‘HER2 저발현’과 ‘HER2 음성’ 그룹으로 세분해 치료 전략을 세우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연구팀은 전체 피험자를 HER2 저발현 그룹 1351명(58.9%)과 HER2 음성 그룹 944명(41.1%)으로 분류하고 각 집단에 온코타입Dx 검사를 적용해 유전자 기반 재발 예측점수(RS)를 확인했다. 그 결과 HER2 음성 그룹의 평균 재발점수는 17.802점, HER2 저발현 그룹 평균 재발점수는 18.503점으로 조사됐다. HER2 저발현 그룹의 유방암 재발 위험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더 높다는 의미다. HER2 음성 그룹과 HER2 저발현 그룹 간 고위험 RS 비율을 비교한 결과 HER2 음성 그룹의 고위험 RS 비율은 12.4%(944명 중 117명), 저발현 그룹은 17.0%(1351명 중 230명)였다.
연구팀은 HER2 저발현 그룹과 HER2 음성 그룹에서 예측점수 26점 이상인 고위험 비율을 조사했다. HER2 저발현 그룹은 HER2 음성 그룹보다 재발 예측점수 26점 이상을 획득할 위험비가 1.61로 유의미하게 높다는 점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근 유방암 분야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항체-약물 접합체(ADC·Antibody-Drug Conjugates)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안 교수는 “HER2 저발현 그룹과 기존 HER2 음성 그룹 간 분자적 차이를 분석하려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재발 예측점수와 HER2 발현 정도의 상관관계를 살핀 가장 큰 규모의 연구 중 하나로 HER2 발현 수준에 따른 맞춤형 치료와 후속 연구의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방암 연구(Breast Cancer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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