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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밉다고 범죄자 편들어주나 [기자의 눈]

사회부 박호현 기자





“거악(巨惡)이 발 뻗고 자는 시대가 오는 거 아니냐.”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 야권에서 추진하는 검사 탄핵안에 대해 이 같이 우려했다. ‘거악이 편히 못 자게 해라’는 검찰이 금과옥조로 삼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안을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보고하기로 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는 게 이유다. 민주당은 최근 검찰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

거야(巨野) 민주당이 전국 최대 검찰청 지휘부를 탄핵하고 수사 예산을 감액하는 것은 일정 부분 이해는 간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6번이나 재판에 넘겼고 15일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선 당선무효형이 나왔으니 검찰이 충분히 미울만도 하다.



다만 이번 탄핵과 예산 삭감의 가장 큰 수혜는 결국 범죄자들이다. 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수사와 재판은 일반 행정과 달리 필요한 시기에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시점을 놓쳐 범죄자들에 대한 구속이나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면 이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해 기소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자조 섞인 말로 그야말로 범죄자들 입장에서는 ‘큰 장’이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탄핵안을 주도하는 민주당과 탄핵 대상인 중앙지검 지휘부는 큰 손해는 없어 보인다. 민주당이 이미 올해 이정섭 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를 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모두 기각됐지만 어느 누구도 정치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다. 아니면 그만인 것이다. 탄핵 대상 검사들도 이처럼 헌재에 의해 기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헌재 기각 후 업무 복귀는 언제가 될 지가 관심사다.

검경수사권 조정 등으로 전국 검찰의 장기 미제사건은 2021년 4426건에서 올 8월까지 9278건으로 2배 늘었다. 중앙지검 지휘부 탄핵안이 발의돼 직무가 정지되면 사건 처리 속도도 더 늦어질 게 뻔해 미제사건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범죄자는 이익, 범죄에 피해를 본 국민들만 결국 손해다.

탄핵 대상자인 조상원 4차장은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불기소 이의있으면 항고, 재항고 등 불복 절차가 다 있다”며 “수사 검사들이 공수처에 직무유기로 고발돼 있기도 한데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탄핵을 추진하면 누가 공무를 수행하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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