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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尹정부의 철학과 양극화 타개

이승배 정치부 기자


“내년 부처별 업무 보고 이후 양극화 타개 정책·예산이 본격 추진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의료 개혁을 이을 정책 화두로 양극화를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국정 목표로 ‘양극화 타개’를 공식화했고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는 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격차를 줄일 정책 마련에 착수했다.

대통령실은 적극적인 ‘시장 개입’과 ‘재정 사용’으로 격차를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장의 1차적 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양극화가 초래된다면 정부가 2차적으로 나서 분배 기능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과 현금 살포가 경제 체질을 망가뜨렸다고 비판해온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소득·자산·교육 불균형 해소를 위한 서민 친화적 정책 확대는 반길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큰 정부로 전환’ 등 국정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등 해석이 엇갈린다. 일례로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상속세 최고세율 10%포인트 인하안’을 담았고 ‘종합부동산세 폐지’와 ‘상속세 개편’을 공약했다. 상속세·종부세 부담이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만은 아닌 상황을 감안해도 ‘세금 경감’과 ‘2차 분배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찍자 나온 ‘양극화 해소’ 카드는 확장 재정 부활에 대한 우려도 키운다. 내수와 경기회복을 위해 일정 부분 재정 투입을 늘리더라도 경제 체질 개선보다 유권자들의 반짝 지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다.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용산은 요즘 부쩍 조급한 모습이다. 배달 플랫폼 업체의 수수료율에 소상공인 민심이 들끓자 ‘수수료율 상한제’를 꺼냈다가 곧장 접었다. “규제 개혁을 통한 혁신 성장”이라는 정부의 국정 방향에 오점이 찍힐 정책이 될 뻔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을 통한 분배의 정의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재정 만능주의라는 유혹을 물리치고 민간 주도 시장경제를 복원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유산이 됐다. 친서민 정책 또한 정권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의 틀 안에서 구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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