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정작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부산 ‘지스타 2024’ 현장에서 만난 한 게임 업계 임원은 이같이 말하면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질병 코드’ 논란이 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한국 정부가 도입할지를 두고 논의 중인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ICD-11에서 질병으로 분류된 것이 게임 외에 도박뿐이라는 점을 들며 “게임을 즐기는 사람과 도박하는 사람을 같은 취급하는 거냐”고 했다.
게임이 국내 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주요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 성장했지만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중독, 모방 범죄 발생 등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돼 지탄을 받는 일이 예사다. 이제는 게임 질병을 도박에 준하는 수준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상황까지 나왔다. 업계에서는 게임이 ‘문제적 행동’을 유발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듯하다.
올해 역대 최다인 20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스타에서는 게임 문화를 즐기는 게이머들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사회적인 편견과 달리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오히려 게임을 통해 사회적 교류를 경험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얘기한다. 국내 게임 이용자들이 가장 즐기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독창적인 소통 방식을 형성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게임 산업은 한국의 정보기술(IT)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면서 2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콘텐츠 산업 수출액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산업적 측면 외에 문화적인 면에서도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 게임은 영화·드라마·웹툰 등과 마찬가지로 장르와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일부 제한이 필요한 게임도 있겠지만 그건 다른 콘텐츠와 같은 수준일 뿐이다.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게임만 비판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부당하다.
게임은 개발자의 창의성을 통해 성장하는 만큼 자유로운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게임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색안경을 벗고 게임의 긍정적인 면을 온전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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