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 의원이 피선거권 박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르펜의 차기 대선 출마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1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검찰은 이날 열린 재판에서 르펜 의원에게 징역 5년형을 구형하고,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벌금 30만 유로(약 4억5000만원)도 구형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검찰이 징역 5년 가운데 최소 2년을 전환 가능한 구금형으로 구형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석방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르펜 의원이 항소하더라도 판결 직후부터 즉시 피선거권 박탈을 적용해달라고도 요청했다.
RN은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뒤 이어진 조기 총선에서도 의석수를 늘리며 세력을 확대했다. 르펜 의원도 극우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2017년과 지난해 대선에서 결선에 두 번 연속 진출하며 인지도를 높였고 오는 2027년 대권 도전에도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검찰 구형대로 실형이 선고될 경우 르펜 의원은 향후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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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르펜 의원이 무죄를 선고받으면 지난 10년간 자신을 괴롭혔던 혐의에서 벗어나면서 2027년 대권 도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르펜 의원은 과도한 조치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그는 검찰이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는 데만 관심이 있고, 프랑스 국민이 원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권리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르펜 의원은 지난 2004년부터 2016년 사이 유럽의회 활동을 위해 배정된 자금을 당 보좌진 급여 등으로 유용한 혐의로 당 관계자들과 함께 지난해 기소됐다. 유럽의회 측은 피해 규모를 300만 유로(약 44억6000만원)로 추산하고 있으며, RN은 이 가운데 100만 유로(약 14억9000만원)를 상환했다.
이에 대해 르펜 의원을 포함한 RN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또 르펜 의원과 함께 기소된 RN 소속 다른 피고인 24명에게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과 함께 RN에 200만 유로(약 29억7000만 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1심 재판 선고일은 오는 27일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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