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노조 회계 공시제가 높은 참여율로 시행 2년 만에 안착 단계에 진입했다. 하지만 회계 공시제는 노조의 재정 독립성이 크게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재정이 어려운 노조는 사용자의 회유나 압박으로 인해 독립적 운영이 어렵다는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대상인 조합원 수 1000인 이상 노조 및 산하조직 733곳 중 666곳이 공시를 마쳤다. 공시율은 90.9%로 제도 도입 2년 차에도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노조 공시제는 노조원의 알권리 확보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제도다. 노동계는 노조 자주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조합비 세액 공제 등을 고려해 상당수 노조가 참여로 선회했다.
우려는 회계 공시제로 드러난 노조의 재정 독립성 약화다. 고용부가 올 5월 공시 노조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노조당 평균 수입은 10억4000만 원을 기록했다. 공시 노조가 조합원 1000명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조합원이 적은 노조의 수입 규모는 훨씬 더 작을 것으로 보인다. 수입 경로를 보면, 90.5%는 조합비였다. 조합원이 준다면, 노조 재정도 급격하게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조의 작년 지출은 평균 10억3000만원으로 올 상반기 수입 규모와 유사했다. 노조가 1년 단위 수입을 모두 지출로 쓸 만큼 재정 운영 연속성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지출 17.2%는 인건비였는데, 인건비는 전년 대비 6.1% 줄었다. 노조를 운영하기 위한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고용부는 앞으로 노조의 자율적인 재정운영 체계개선을 돕기로 했다. 하지만 일련의 국정 방향은 노조에 대한 직접 지원을 줄이는 방식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노동단체 지원사업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대신 비노조 근로자를 위한 지원사업으로 이 사업을 바꿨다. 이로 인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의 경우 지역 노동법률교육상담소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의 회계 공시제에 대한 반감도 여전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조는 올해 회계 공시에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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