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은 지하안전관리 정책의 기본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지하안전법’에서 정한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올해 마무리되는 1차 기본계획이 새로운 제도의 운영 기반과 체계를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2차 기본계획은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해 지반침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지하안전관리 역량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밑그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먼저 새롭게 도입된 지하안전관리 제도의 지난 5년간 운영 실적을 꼼꼼하게 챙겨보고 부족한 점은 없는지, 개선해야 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지하안전법은 안전하게 지하 개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굴착 공사 전 지하안전평가, 굴착 공사 중 지하안전조사, 준공 후 안전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의무 이행 과정에서 개선 또는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 몇몇 사안들이 발견되고 있다. 지하안전평가 검토 또는 재협의로 인한 공사 지연의 문제는 없는지, 20m 이내의 굴착 공사에 대해서는 착공 후 지하안전조사를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지, 500㎜ 이상의 지하시설물만 대상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등 개선·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빠르게 조치해 현장에서 보다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지자체의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관심을 제고하고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하안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부분의 의무가 기초 지자체에 부여돼 있어 국가 지하안전망 구축은 결국 기초 지자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지하안전관리를 담당할 전문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현실에서 기초 지자체의 역할만을 기대하는 것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지하안전관리를 실행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첨단 공학 기술의 활발한 접목이 필요하다. 복잡한 도심지에서의 지하 개발 사업 과정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비용 절감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달성하고 인공지능(AI) 기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예측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국토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최근 서울 연희동과 부산 사상구 등에서 연이어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에 대해 하인리히 법칙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고는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사건들이 누적된 결과라는 무척 단순한 논리 체계이지만 지반침하를 예방해야 하는 우리에게 아주 기본적이고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 준다.
기본계획에 담긴 핵심 과제들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공공과 민간의 협력으로 앞으로 5년간 성공적으로 이행돼 전 국토에 걸쳐 지하안전관리 체계가 더욱 굳건히 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는 국가 경쟁력 향상 및 관련 산업계의 기술 수준·역량 강화를 견인하고 지하 공간을 더욱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지하안전망 구축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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