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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출신' 극작가 김봄희 대표 "북한사람다움 강요하는 사회 편견 깨고파"

극작가 김봄희 문화잇수다 대표 인터뷰

2007년 탈북 후 연극 배우 활동

2019년 극단 '문화잇수다' 설립하며

극작가·극단 대표로 새로운 삶 시작

"탈북민다움은 없다…블랙코미디 도전"

김봄희 문화잇수다 대표. 사진 제공=문화잇수다




“탈북민스러운 말투는 무엇인가요.”

30일 서울 대학로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김봄희(35) 극단 ‘문화잇수다’ 대표는 ‘북한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는데, ‘어떤 특별한 노력을 했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이렇게 되물었다. 그는 “북한 사투리와 관련한 질문은 탈북민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라며 “‘북한말다움’이 무엇인지, 왜 우리는 ‘북한사람다움’을 요구받아야 하는지 이야기하기 위해 연극 대본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7년 한국에 온 탈북민 출신 극작가다. 지금은 연극 극본을 쓰고 있지만 한때는 연극배우였고 지금은 극단 ‘문화잇수다’를 운영하는 기획사 대표다. 최근 서울 대학로에서는 김 대표가 쓴 두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23~27일 대학로 후암스테이지에서 관객과 만난 ‘붉은 손톱달’과 24일~11월 3일까지 공연하는 ‘벤 다이어그램’이다.

제6회 말모이연극제 이북 부문 참가작인 ‘붉은 손톱달’은 한국에서 성공한 탈북민 변리사 선화를 중심으로 ‘북한 사람다움’, 나아가 ‘정체성’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이는 김 대표가 2007년 한국에 온 후 줄곧 부딪혔던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그의 말투는 북한 사투리보다는 서울말에 가깝다. 숱한 연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북한말이 미디어에 의해 왜곡된 탓도 있다. 그는 “작품 속 선화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북한말을 배우며 과거의 고통을 증명한다”며 “한국 사람들이 모두 다른 한국말을 하듯 북한말도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붉은 손톱달’의 주제는 국내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 활동하다 작가로 전업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남한에 도착해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후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배웠다. 하지만 졸업 후 맡겨진 역할은 언제나 ‘고단한 삶을 사는 탈북 여인’이었다. 연기를 하며 계속해서 괴로운 기억을 떠올려야 했고, 그는 그런 삶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김 대표는 직접 유쾌한 작품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2019년 남편의 지원으로 극단 ‘문화잇수다’를 설립한다.



김 대표는 “극단 대표라는 말을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탈북민이 어디서 돈이 났느냐’고 묻는다”며 “남편이 전세금을 기꺼이 내줬고, 새로운 꿈을 지지해줬다”고 설명했다.

24~27일 공연된 연극 ‘벤다이어그램’ 공연 모습. 사진=김봄희 대표


2022년 초연 당시 호평을 받고 올해 다시 무대에 오른 연극 ‘벤 다이어그램’은 탈북민을 향한 이러한 통속적 편견을 유쾌하게 깨는 로맨틱 코미디다. 김 대표는 “한국 사람들은 ‘남남북녀’가 함께 산다고 하면, 여성은 순종적이고 남성은 다정할 것이라는 정형화된 이미지를 상상한다”면서 “제가 직접 살아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고 그런 모습을 작품에 반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 속 인상적인 소재는 ‘밀가루’다. 그는 “밀가루는 북한 주민에게 생존의 재료인데, 남편은 밀가루로 크루아상과 같은 다양한 요리를 하고 싶어했다”며 “그런 모습이 낯설고 어색했고, 그로 인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작품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이지만 결국 그와 남편은 자신들만의 교집합을 만들며 서로에게 둘도 없는 후원자가 됐다.

두 편의 공연이 끝났고, 김 대표는 이제 변화를 꿈꾸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탈북민을 소재로 재기 발랄하고 유쾌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탈북민’이라는 소재에서도 벗어나 볼까 한다”고 말했다. 또 “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드러내야만 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담은 블랙코미디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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