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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美대선서 경제 이슈가 안통하는 이유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요즘 미국 경제는 얼마나 잘 나가고 있을까? 한마디로 공화당이 각종 경제 지수를 가짜라고 우길 만큼 잘 나간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 이슈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에 줄곧 우위를 유지해 왔지만 최근 들어 이 문제에 관한 두 후보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현저히 좁혀졌다. 민주당 대선 티켓에 조 바이든의 이름이 남아 있던 지난 봄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에 비해 경제 이슈에서 대략 12%포인트의 우세를 보였다. 지금도 트럼프는 경제적 이슈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앞선 상태지만 지지율 차이는 6%포인트로 반토막이 났다.

최근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양당 후보는 경제관련 사안에서 팽팽한 호각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경합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쿡 폴리티컬 리포트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인플레이션과 생계비’에 관한 항목에서 트럼프의 우세가 완전히 증발해버렸음을 보여준다.

이는 괄목할만한 일이다. 지난 10년간 유권자들은 경제적 이슈에 대해서는 공화당에 압도적인 신뢰를 보냈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경제 관리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경제, 혹은 인플레이션을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로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스는 어떻게 경제 문제에 대한 지지율 격차를 좁혔을까? 트럼프가 제안한 글로벌 관세는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관세가 상품가격 인상을 통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연이어 나온 독립적인 경제 분석은 서류미비 체류자 대거 추방,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치도구화 등 트럼프의 다른 아젠다 역시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성장을 억누를 것으로 진단했다.

해리스는 경제 담론의 중심축을 마련했다. 부유층 세금인상, 제조업에 대한 재정보조, 부양자녀 세금공제 확대, 기업 탐욕 제재 등 해리스의 정책 접근방식은 방향적으로 바이든의 정책과 유사하다. 하지만 어조와 언어선택은 바이든보다 성공적인듯 보인다. 해리스는 경제 담론을 과거의 ‘인플레이션’에서 보다 전향적인 생계비 토론으로 미묘하게 전환했다.



그러나 경제에 관한 트럼프의 우세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두 후보 기운데 누구와도 관계가 없을 수 있다. 미국 경제는 그저 눈부시게 잘 나가고 있다.

가격상승은 현저히 둔화됐다. 지금 우리는 연준이 정한 2%의 물가상승률 목표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이 같은 진전 덕분에 연준은 지난달 금리인하에 착수했다. 채무자들에게는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광범위하게 퍼졌던 경기침체 우려 또한 이른바 연착륙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생산이 증가하고 숱한 일자리가 추가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고용보고서는 예상을 뒤엎고 지난 9월 한 달 동안 고용주들이 25만4000개의 일자리를 추가했음을 보여준다.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가로챈다는 공화당의 주장에도 근로연령대에 속한 본토 태생 미국인의 취업률은 기록적인 고점에 도달했다. 지금 우리는 팬데믹 이전에 전망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와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사정은 바이든이 대선 후보였던 몇 개월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경제에 관한 희소식을 피부로 느끼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이제 유권자들은 2022~2023년 가격성장에 적응했다. 물가가 안정되면서 식료품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스티커 쇼크에 시달리지 않는다.

최근의 경제적 개선과 인플레에 대한 반감이 식은 것은 해리스에게 도움이 된다. 그 덕분에 2024년 대선은 2012년 대선과 같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그 당시 경제적 비관론은 현역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담이 됐으나 선거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경제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경제적 진전을 따라잡았고 오바마는 완승을 거뒀다.

공화당 정치인들은 이 같은 전례에 바짝 긴장한듯 보인다. 최근의 활기찬 고용 보고서에 대해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실업률이 아직도 높은 수준인 4.1%에 머물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사실 4.1%의 실업률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대단히 낮은 수치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아무런 증거도 없이 고용보고서가 ‘가짜 수치’로 채워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통계에 착오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독립적인 노동통계청이 보고서의 내용을 날조했다는 주장은 비웃음을 사기에 족하다. 2012년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고무적인 내용의 고용보고서가 나오자 보수주의자들이 루비오 의원과 유사한 주장을 펼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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