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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 음식점에 침입해 현금을 훔쳤다면 [법조 새내기의 판사체험]  

⑫절도

영업 종료한 음식점 야간 침입해 현금 훔쳐 달아나

재판부 박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피해 금액 적어…집행유예 통해 기회 부여하겠다”






<편집자주>

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양형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습니다. 국민이 직접 판사를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어려운 양형절차를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이에 새내기 법조기자로서 직접 선고를 해보면서 독자분들과 함께 양형 판단에 대한 개념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박 씨는 자신이 일했던 음식점에 야간에 침입해 현금 26만 원과 식료품을 훔쳐 달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절도는 언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범죄 유형입니다. 지난달 12일 서울 도심의 한 임대형 창고 관리인이 야간에 창고에 보관된 현금 뭉치를 절도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 창고 관리인은 오후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절도 행위를 했고, 훔친 금액은 현금 68억 원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큰 금액을 제외하고는 보통 소액이나 물건을 훔치는 절도도 많습니다. 기자가 올 3월 경찰서 마와리(기자들의 은어로, 사건 취재를 위해 관할 경찰서를 도는 일)를 하면서 전통시장 근처에 위치한 파출소 경찰들을 만나면 어르신들의 생계형 절도 범죄가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기도 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절도 범죄의 발생 건수는 2022년 기준 18만 2133건입니다. 이는 5대 발생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폭력, 절도) 중에서 폭력 다음으로 많은 범죄 유형입니다. 형법 제330조(야간주거침입절도)에 따르면, 야간에 사람의 주거, 간수하는 저택, 건조물이나 선박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판결은 법조문만 보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양형기준을 통해 적절한 형량이 정해집니다. 그렇다면 야간에 음식점에 침입해 현금과 식재료를 훔친 경우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까요.

검사는 박 씨가 동종전력 범죄가 있어 선처를 할 경우 상습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서부경찰서는 영업이 끝난 음식점에 침입해 금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26만 원과 식재료를 훔친 혐의(야간주거침입절도)로 박 모(29)씨를 입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일 오후 10시 37분쯤 경기도 소재 모 음식점에 침입해 소형 금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 26만 원과 식재료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자신이 종업원으로 일했던 이 음식점의 화장실이 평소 열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3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체험 프로그램에서 절도 사례를 선택해 판사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훔친 금액이 26만 원이라는 점에서 생활고에 시달려 한 범죄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현금과 식재료를 함께 훔쳤다는 점에서 생계형 범죄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절도 자체는 나쁘지만 범죄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집행유예가 아닌 벌금형 정도가 나올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최초 선택은 벌금형이었습니다.

변호인은 박 씨가 피해액 전액을 변제했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법정 공방에서 검사는 박 씨가 재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은 이미 한 차례 동종 범죄로 벌금형을 처벌받은 적 있다”며 “피해 금액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약하게 처벌할 경우 재범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인적 피해보다 사회적인 피해가 더 중한 사안으로, 피해액을 변상했다고 하지만 근처에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유사 범행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가볍게 처벌한다면 상습범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엄벌을 재판부에 요구했습니다.

박 씨 측 변호인은 경제적 어려움에 따라 행한 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박 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선처를 해주면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고, 한 아이의 아빠로서 성실히 살아가겠다”고 변론했습니다. 이어 “전액을 변상했으며 피해자를 찾아가 사죄했다. 피해자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생계형 범죄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사회에서 가족들을 계속 돌볼 수 있도록 집행유예를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선고를 보기 전 최종 선택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햇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법정 공방을 살펴본 후 해당 사건에 적용 가능한 절도죄의 양형기준을 확인했습니다. 침입절도는 △감경 8개월~1년 6개월 △기본 1년~2년 △가중 1년 6개월~4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생계형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야간에 침입했고 피고인이 동종 전과로 벌금을 받은 전력이 있어 단순히 벌금형으로는 끝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양형기준 상 기본으로 생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최종적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법원은 박 씨에게 어떤 선고를 내렸을까요.

재판부는 박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보호관찰 명령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진하게 반성한 점, 피해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고 피해자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봤다”며 “같은 종류 범죄에 대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실형이라는 엄벌을 내리기보다는 집행유예 선처를 선고함으로써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박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을 명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이번 판결에서는 특별 양형 인자 중 감경 요소에 해당하는 생계형 범죄와 실내 주거 공간 외의 장소에 침입한 경우가 적용됐습니다. 특별 양형 인자에 대한 평가 결과 감경 영역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특별 감경 인자가 2개 이상 존재하거나 특별 감경 인자가 특별 가중 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양형 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 범위 하한을 1/2까지 감경할 수 있습니다. 이를 특별 조정된 감경 영역이라고 부릅니다. 이에 박 씨는 감경 영역 8개월~1년 6개월이 아닌 특별 조정된 감경 영역 4개월~1년 6개월로 권고형의 범위가 정해졌습니다. 박 씨는 양형 기준으로 보면 최소 4개월로 선고가 나올 수 있었는데, 이전에 동종 범죄 전력이 있다는 점이 불리하게 작용해 8개월 선고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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