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8일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9조 1000억 원에 그쳤다는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79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10조 7719억 원)와 비교해 15.52%나 적어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는 등 혹한기를 거친 후 올 들어 점차 실적 개선이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3분기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도 간신히 6만 원 선에 턱걸이를 했다. 범용 반도체인 D램의 수요 회복이 더딘 데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 앞날에 대해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사업 수장이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쓸 정도로 삼성전자는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위기는 업황 부진 등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초격차 기술 경쟁력 부족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반도체 훈풍이 불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제때 그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부문의 왕좌도 중국 기업 등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 앞에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 부회장도 이를 인정하며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라면서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삼성전자는 도전과 혁신의 초심으로 재무장해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을 복원해야 한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잃으면 대한민국 경제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삼성전자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펼쳐지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기업이 적극적 투자와 초격차 기술 개발, 고급 인재 육성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전폭적인 전방위 지원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된 용수·전력 등 인프라를 지원하고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한다. 주요국들이 반도체 보조금 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으므로 우리도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서 벗어나 보조금 지급의 길을 터놓아야 할 것이다. 여야는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전력망특별법 등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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