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직후 황폐해진 우리나라는 해외 원조를 받던 나라였으나 지금은 해외를 돕는 국가가 됐습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정부와 함께 수준 높은 국제 구호 역량을 바탕으로 소외된 전 세계 이웃을 지원하고 있죠. 아프리카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굶주림 해결을 위해 출발한 기아대책이 도움을 주는 영역은 점점 넓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합니다.”
최창남(사진) 기아대책 회장은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0년 넘게 기아대책이 수행해 온 현장 경험과 데이터를 갖고 각 영역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이어가면 원조 사업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989년 국내 최초로 해외를 돕는 비정부기구(NGO)로 설립된 기아대책은 세계 51개 국가에서 구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아대책은 해외 빈곤국의 아동을 돕기 위해 출범했지만 현재는 활동 영역을 넓혀 국내 아동을 비롯해 청년 자립, 다문화가정, 탈북민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사업도 하고 있다.
4월 취임한 최 회장은 34년간 정보통신(IT) 업계에서 일해 온 IT 전문가다. 그는 “IT 업계에 있을 때는 기업의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봤지만 은퇴 후 눈과 마음을 넓혀 소외된 이웃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IT 기업인의 경험과 지식을 기아대책 시스템 및 대내외 자원과 결합하면 취약 계층 지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기아대책 회장 공모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기아대책을 비롯한 국내외 많은 NGO들이 수십 년 전부터 아프리카의 어려운 나라들을 돕고 있지만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그는 “아프리카는 교육·보건·산업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구조적인 약점이 있어 외부 자원 투입이 실제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또 현장의 세밀한 지역 조사와 수요 조사를 통해 현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정보와 예측이 적중하지 않은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는 계속 필요하고 앞서 말한 문제점들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지난 60여 년간 아프리카를 지원한 금액이 크기는 하지만 그곳의 빈곤한 상황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것은 아니어서 최적의 사업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아대책과 같은 NGO 후원자들은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해하고 혹시 허투루 사용되지는 않은지 걱정하기도 한다. 과거 일부 공익법인이 후원금을 모아 놓고 엉뚱한 곳에 썼던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기아대책은 모든 재정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연 1회 회계감사를 받아 결산보고서를 국세청에 공시하고 있다”며 “또 후원금을 낸 시점부터 후원금이 도달될 때까지 본인이 후원한 금액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항상 확인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기부자의 접근을 더 쉽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앞으로 기아대책 운영과 관련해 지속적인 변화, 기부자와 함께하는 시스템 구축, 도움받는 대상을 동역자로 바라보기 등 큰 틀에서 세 가지에 우선 주력할 방침이다.
“식수가 부족한 지역의 아동을 돕는다면 물 공급 자체보다는 우물을 지원해 수인성 질병을 예방하고 아동과 함께 마을 전체가 변화되도록 할 것입니다. 또 기부자의 명칭을 ‘도너(donor)’에서 ‘인베스터(investor)’로 하고 기부자가 자신이 후원하는 사업에 지속적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투자자의 관점이 생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손길이 뻗치는 아이들을 단순히 도움받는 대상이 아닌 동등한 위치로 바라보고 그 아이들이 성장해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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