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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사주 취득 유인 없애는 자사주 규제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합병·인적분할시 '미발행주식' 처리

당국 자사주 규제, 재산권 침해 불러

신주배정 금지땐 소액주주만 피해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는 듯하다. 상법 또는 자본시장법이나 그 시행령 등을 고쳐 어떻게 해보려는 정부 부처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쳐 자사주 제도를 일부 개선(?)하려 한다.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마친 상태이며 여러 반대 의견에도 조만간 시행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개정안은 합병·인적 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 5% 이상 자사주 보유 시 추가취득·처분·소각 계획에 대한 이사회 결의 및 정기보고서 공시를 통해 그 소각 및 처분을 간접적으로 강제, 신탁계약에 의한 자사주 취득·처분을 직접 취득·처분과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상법은 자사주를 ‘자산’으로 본다(자산설). 그래서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합병 등 조직 재편 시 대가지급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고 현물 배당을 자사주로 할 수 있다. 또 자사주를 스톡옵션이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재원으로 쓸 수 있다.

대법원(1992. 9. 8. 선고 91누13670) 판결도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은 순자산을 증감시키는 거래임에 틀림이 없고, ~과세처분의 대상이 되는 자산의 손익거래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자산설’을 뒷받침한다. 그런데 금융위의 위 조치는 합병·인적 분할 시에는 자사주를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미발행주식’ 처리하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 등의 회사법이 취하는 방식인데 자사주를 취득하면 소각해 미발행주식으로 된다(미발행주식설).



자산설이나 미발행주식설 둘 다 장단점이 있어서 어느 것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는 선택 문제다. 다만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자산설을 취하다가 특정 사안에서는 미발행주식설을 취하라고 하면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긴다.

현행법상 ‘자사주’는 자산설에 따라 기업의 재산으로 처리되는데 이를 미발행주식으로 처리하라고 하면 그 자사주의 가치를 소멸시키는 것이어서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이 침해된다. 재산권 침해는 시행령으로 규정해서는 안 되고 법률(상법)을 개정해 추진해야 할 일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상장회사에만 적용되므로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간에 자사주에 관한 규제 차익이 생기고 이는 상장 억제 요인으로 작용한다. 합병 시 신주배정을 금지하면 보유 주식을 합병 전에 먼저 처분하려 할 것이고 그만큼 주식이 시장에 풀리고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볼 수도 있다.

자사주 처분 시 신주 발행처럼 주주의 지분 비율에 따라 처분하도록 하는 민주당 의원의 상법 개정안도 나와 있다. 그렇게 하면 자사주 처분이 자유롭지 않게 돼 자사주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수단의 기능은 소멸한다. 한국에서는 미국·일본 등에서 인정되는 방어 수단인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주식도 허용되지 않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유일한 방어 수단마저도 박탈된다.

그간 자사주의 취득과 처분은 밸류업 수단으로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자사주에 대한 강력한 통제는 자사주 취득 유인 자체를 없애버린다. 장차 어떤 기업이 쓸모없는 자사주를 취득하려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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