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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뢰 회복을 부르는 ‘조정의 미학’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넥슨 '아이템 사태'에 219억 보상

집단분쟁조정 '전체 배상' 첫 사례

소송 거치지 않고 실질적 피해 회복

법적 강제 아닌 합의 '모두가 승자'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




최근 게임 개발사이자 공급사인 넥슨코리아에 대한 집단분쟁조정이 성립됐다. 80만여 명의 게임 이용자들이 총 219억 원에 이르는 보상액을 받을 예정이다. 어떻게 이처럼 대규모 이용자들에게 큰 규모의 보상액을 지급하는 일이 가능했을까.

이는 집단분쟁조정 제도가 가진 장점이 극대화돼 나타난 기념비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집단분쟁조정이란 다수의 소비자에게 같거나 비슷한 유형의 피해가 발생하고 해당 소비자의 수가 50명 이상인 경우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기업과 소비자들 간의 분쟁조정을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제도다. 넥슨에 대한 집단분쟁조정의 경우 총 5773명이 분쟁조정을 신청해 이를 동시에 진행했다.

올 3월 4일부터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받기 시작해 약 5개월 만인 8월 13일 조정안이 결정됐으며 이후 넥슨코리아가 소비자원의 권고에 따라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이용자들에 대해서도 분쟁조정 신청인들과 같은 조건으로 보상해주는 보상 계획을 제출했다. 이에 이번 집단분쟁조정 성립 건은 2007년 집단분쟁조정 제도가 도입된 후 동일한 피해를 본 소비자들 전체에 대한 보상이 지급되는 첫 사례이자 역대 최대 금액을 지급하는 사례로 기록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집단분쟁조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1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정확히 알리지 않은 넥슨코리아의 행위에 대해서 제재하고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에서 ‘게임 산업에서의 불공정 해소와 확률형 아이템 소비자 보호 방안’을 논의한 후 최초로 소비자원이 피해 소비자를 직접 모집하고 게임 이용자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신속히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한 의미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집단분쟁조정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무엇보다 ‘신속함’을 꼽을 수 있다.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제재만으로는 소비자에게 보상금이 지급될 수 없고 이를 위해서는 소송 등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집단분쟁조정의 경우 결정 내용을 당사자가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돼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재판상 화해)이 발생하면서도 민사소송 절차보다 매우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넥슨에 대한 분쟁조정 건의 경우 160여 일 만에 분쟁조정안이 결정됐으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별도의 수수료를 지불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 없이 소액의 피해까지 모두 구제받았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민사 합의 사건의 1심 판결까지 소요된 시간이 평균 420일이라는 점과 비교해 보면 해당 절차가 얼마나 신속하게 진행됐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집단분쟁조정의 또 다른 장점은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 해결은 ‘강제’로 이뤄지는 것이므로 반드시 패자가 발생하고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반면 분쟁조정은 양 당사자의 ‘수락’과 ‘합의’에 의해 이뤄지므로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때로는 법적 절차의 한계를 넘어서서 이번 분쟁조정 사례처럼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그 효과를 함께 누리는 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또한, 잘못된 행위를 했던 기업도 분쟁조정 절차에 성실히 참여하여 소비자들의 피해를 보상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소비자들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도 분쟁조정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라고 하겠다.

현재도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의 거래와 관련하여 진행 중인 집단분쟁조정 건이 다수 있는 상황이다. 관련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분쟁조정에 참여하여 소비자들이 시장을 더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는 조정의 미학이 발휘되길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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