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늘었지만, 중개 업계에는 여전히 폐업 한파가 불고 있다.
29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 3142명으로 7월 말(11만 3449명)에 비해 307명 줄었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가장 많았던 2022년 6월(11만 8952명)과 비교하면 5810명 감소한 수치다.
8월 한 달간 폐업(961건)하거나 휴업(94건)한 공인중개사는 총 1055명에 달했지만, 새로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753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8월 중개사무소 휴·폐업 건수가 신규 개업 건수를 넘어선 이후 2023년 1월 한 달을 제외하고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아파트 거래가 급증했던 서울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지역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지난 7월 68명 줄어든 데 이어 8월에도 30명 줄어드는 등 18개월째 감소세다. 특히 신규 개업 건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전국 중개사무소 신규 개업 건수는 부동산 호황기 월 2000건대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2022년부터 감소추세를 보이면서 지난 6월에는 744건에 그쳤고, 7월(777건)과 8월에도 700건대에 머물고 있다.
수입이 줄면서 폐업하려는 공인중개사는 많지만, 신규 개업 수요가 줄어든 탓에 권리금도 받지 못한 채 문을 닫는 사례도 많다고 협회 측은 전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직원도 다 내보내고 혼자서 운영하는데 집에 가져가는 돈이 월 100만원도 채 안 된다"면서 "권리금을 받고 문 닫고 싶은데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기다리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계속 줄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거래가 늘고 가격이 오른 것은 서초를 비롯한 서울 일부 지역의 아파트에 국한된 이야기"라며 "조만간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대출 규제 의지가 강해 당분간은 거래가 늘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업 공인중개사 수가 11만 3000여명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포화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협회 관계자는 "부동산 업계에서는 중개사무소 1곳당 배후 수요가 300가구 이상은 돼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지금은 100가구가 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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