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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그린벨트 해제가 정당성 얻으려면

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해제지역엔 공공주택 지어 공급

의무거주 등 투기 차단책도 마련

젊은 세대 주거안정 도모 초점을





지난달 정부는 청년·신혼부부 등 미래 세대를 위해 서울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신규 공공택지를 공급하겠다는 ‘8·8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수요가 높은 서울과 인접 지역에 신규 공공택지를 조성한 뒤 주택을 공급해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의 출산율을 반전시킨다는 목표다.

미래 세대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일부 수긍되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저출산 원인 및 정책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율 하락 현상은 주택 가격 상승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서울시 주거 실태 조사’에서도 자녀 계획 시 고려 사항의 1순위가 ‘주거’로 꼽히고 있어 높은 주거비가 출산율을 낮추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청년들에게 출산·양육 여건을 마련해주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정부가 과거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반면교사 삼아 더욱 세심하게 추진하겠지만 미래 세대에게 주택을 공급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해본다.

우선 주택 유형은 가능하다면 공공주택 위주로 공급돼야 한다. 현재 서울시는 정비사업에서 법정 용적률까지 완화된 용적률의 50%를 공공주택으로 추가 확보하고 있다. 주택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시민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미래 세대가 사용할 도시 공간을 현세대가 완화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도 마찬가지다. 주택 가격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토지 가격을 낮춰 젊은 세대에게 공급하는 것이므로 주거 유형은 대부분 공공주택이 돼야 한다. 그린벨트를 해제함에 따라 형성되는 공공의 계획적 이익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전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끊임없이 물을 붓는 것과 같이 계속 주택만을 공급하는 정책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한정된 국토에 주택을 무한정 공급한다고 해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고, 단지 거주처 역할을 하는 곳만 만들면 미래 세대의 일상적인 삶이 이뤄질 수 있는 도시 공간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바른 주택 수급 계획에 더해 이미 개발된 도시를 적극 활용하면서 젊은 세대의 주택 안정화를 도모하는 신미래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높은 주택 가격을 고려할 때 공급되는 주택은 반드시 일반 부동산 시장에서 횡행하는 교환가치를 위한 주택 상품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그들이 살기 위한 사용가치를 가진 주택이 돼야 한다. 미래 세대의 기회를 투기의 기회로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도시 공간 자체를 상품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투기성 청약 사태 방지, 의무 거주 기간 부여, 시세 차익의 공공 환수 방안 등 다양한 대책들이 강구돼야 한다. 또 지역 성장 거점 조성 등 지역 균형 발전 정책도 적극 추진해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대책들이 나온다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부정적 비판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고 미래 세대를 위한 주택 공급 방안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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