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사 등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를 연내 출범시킨다. 정부는 의료계가 대안을 제시할 경우 2026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규모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30일 제6차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의료개혁 제1차 실행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등 정부위원 5명과 민간위원 18명 등이 참석했다.
특위가 우선 연내 출범시키기로 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을 위한 논의기구는 수급추계 전문위원회, 직종별 자문위원회 등으로 구성된다. 특위는 위원 추천 절차를 내달 시작할 계획이다. 수급추계 전문위원회는 공급자와 수요자, 전문가 단체의 추천인으로 구성되고 공급자(의료인)의 추천 비중을 50% 이상으로 한다. 직종별 자문위원회는 수급추계 전문위원회에서 인력을 추계할 때 직역의 특수성을 대변할 자문기구로, 여기에도 각 직역이 50% 이상 참여한다.
특위는 추계 작업을 지원할 기관으로 내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우선 의사와 간호사부터 수급을 추계한 뒤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다른 직역 인력도 추계할 방침이다.
특위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해외 사례를 참고해 의료 사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유감 또는 사과 표현이 향후 수사,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증거로 채택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경상해는 의사나 간호사 등 담당 의료진이 경위와 상황을 설명하고, 중상해는 병원장 또는 진료과별 안전 관리자가 수술 계획과 실제 치료 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중상해 사건의 의료분쟁 조정 절차에서 의학적·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도울 '환자 대변인'(가칭)을 신설하고, 의학적 감정 과정에서 2인 이상의 의료인이 참여하는 '복수·교차 감정 체계'를 도입한다. 투명한 분쟁 조정을 위해 환자, 소비자, 의료인단체 등이 참여하는 '국민 옴부즈맨'(가칭) 제도를 도입하고, 법 개정을 통해 감정 불복 절차 신설, 조정 협의 기회 확대 등도 시행한다.
의료사고 책임·종합보험의 상품을 늘리고, 공제 체계도 도입한다. 내년부터는 의료사고 위험이 큰 필수진료과 전공의와 전문의를 대상으로 의료사고 배상 책임보험·공제 보험료 일부(30%, 50억 원)를 지원한다.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최대 보상 한도는 기존 3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늘린다. 분만 외에도 중증 소아, 중증 응급수술 등으로 불가항력 사고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특위는 이날 발표한 1차 실행방안에 이어 올해 말 2차, 내년 초 3차 실행방안을 잇달아 발표할 계획이다. 2차 실행방안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관리 강화, 실손보험 구조 개혁,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관한 내용이 담긴다. 3차 개혁방안에는 의사의 독립적 진료역량 확보, 초고령사회 대비 의료전달체계 확충, 미용시장 관리 등을 위한 정책이 포함될 예정이다.
특위는 10월에 다음 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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