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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출생·고령화에 재정 긴축 한계, 이제는 의무지출 손볼 때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3.2% 늘어난 677조 4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증가율을 1년 전에 제시했던 4.2%보다 1%포인트 낮춰 2년 연속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건전재정은 우리 정부의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저소득층 지원과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지출은 확대하되 재원은 24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재정준칙 기준(3.0%) 아래인 2.9%로 떨어뜨린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연 8.7%의 예산 증액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나라 경제를 6년 만에 재정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3년 연속으로 20조 원대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건전재정을 이어가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불필요한 예산을 덜어내되 취약층 보호와 미래 동력 확보에 재정 투입을 집중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저출생·고령화로 재정 운용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부의 긴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성장 동력 약화로 세수가 크게 늘지 않는데 복지 지출 수요는 급증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국가채무는 올해 1195조 8000억 원에서 내년 1277조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47.4%, 내년 48.3%에서 2028년에는 50.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 가능한 재정을 만들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선심성 재정 정책을 지양하고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법으로 정해진 의무지출도 손볼 때가 됐다. 연금지출·국채이자·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고정비처럼 빠져나가는 의무지출은 전체 재정지출에서 올해 52.9%를 차지해 5년간 연 5.7%씩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서 비효율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다. 학령인구 감소 와중에 내국세의 20.79%가 무조건 할당돼 내년에 총 72조 원이 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개편 ‘0순위’가 돼야 한다. 미래 성장 동력 육성과 국민 생활 안정, 국가 위기 대비를 위한 합리적 재정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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