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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공연의 감동, 밀캠에 뺏기지 말자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여름이 서서히 저물어간다. 유난히 뜨거웠던 올여름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공연장을 찾았을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익숙하게 들려오는 안내 방송이 있다. “휴대폰 전원을 꺼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에는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에티켓을 준수해달라는 당부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예술의 가치를 보호해달라는 간절한 메시지다.

최근 공연계가 ‘밀캠(무단 녹화)’과 ‘밀녹(무단 녹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화·연극·뮤지컬·연주회 등의 공연 실황을 몰래 촬영한 후 이를 불법으로 거래하며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뮤지컬제작사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밀캠 영상 약 230여 개가 주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유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밀캠을 상습적으로 불법 유통해 약 34억 원(업계 추정)의 피해를 초래한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이들 중에는 놀랍게도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지망생과 이른바 ‘뮤덕(뮤지컬 덕후)’도 포함돼 있었다. 공연을 사랑하는 이들이 오히려 잘못된 행동으로 공연계에 피해를 준 것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작품을 불법으로 향유하려는 생각은 수많은 종사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연극과 뮤지컬·연주회 등의 공연 밀캠 영상을 영리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유통하는 행위는 저작권침해 행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실제 우리 법원은 과거 뮤지컬 공연 전체를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녹화하고 인터넷을 통해 제공한 행위에 대해 저작재산권 침해로 판단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에서도 뮤지컬 밀녹·밀캠 등 불법 복제물의 교환과 판매 게시글은 저작권침해 정보에 해당하며 원저작물의 합법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고 보고 저작권법에 근거해 게시글이 게재돼 있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게시물을 삭제 또는 전송 중단하도록 권고함과 동시에 게시자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하도록 시정 권고한 바 있다.

혹시 ‘내가 돈을 주고 예매한 공연이니, 녹화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면 오산이다. 이는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예술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다. 아직 여름휴가를 즐기지 못했다면 이번 주말 공연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때는 휴대폰 전원을 미리 꺼두고 무대 위에 펼쳐지는 예술에 온전히 몰입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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