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5일로 예정됐던 여야 대표 회담이 연기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에 걸렸기 때문이다. 예정됐던 회담이 연기되면 다양한 설(說)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무산이냐, 연기냐 하는 것이 그것인데 필자의 판단으로는 무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번 회담은 양당 대표의 ‘필요’에 의해 합의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먼저 이 대표의 경우를 보면 이렇다. 이 대표 체제 ‘시즌2’에서는 ‘시즌1’보다 훨씬 이 대표의 당에 대한 장악력이 강화됐다. 오로지 ‘찐명’으로만 지도부가 구성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민주당이 ‘이재명당’으로 변모했으니 이제 이 대표는 당내 비주류의 반발을 걱정할 필요 없이 자신의 대선 도전을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대선 도전을 준비하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과 분명한 대립각을 보여줘 대통령과 거의 대등한 제1야당 대표이자 입법 권력의 소유자임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둘째, 중도로의 지지층 확산 전략을 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강화하지만 이념적 강박에서 벗어난 정책을 추진하며 소통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즉 정권에는 강경하고 국민에게는 실용과 소통 이미지를 주려 한다는 것인데 이런 이유에서 ‘계엄령’ 운운하며 정권에 대해 공격하면서도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영수회담도 제안했다는 점을 들어 이것 역시 소통 이미지 창출을 위한 행보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영수회담이 성사되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영수회담에서 보인 이 대표의 모습을 상기하면 대통령실이 순순히 영수회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을 함으로써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더 강화하는 전략으로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를 해석하는 것이 옳을 듯싶다. 결국 여당에는 대표 회담을 제의해 소통 이미지를 보여주고 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이 대표가 구사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전략은 자신의 사법 리스크 돌파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를 종합하면 이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을 의도적으로 무산시킬 이유는 없음을 알 수 있다.
한 대표에게도 여야 대표 회담은 필요하다. 한 대표는 현 정권이 가지고 있는 각종 난제와 야당에 의해 만들어지는 각종 프레임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22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를 보면 ‘공정과 상식의 가치가 잘 실현되고 있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28%,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66%였다. 또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32%,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62%였다. 경제적 안정과 관련한 설문에서는 74%가 비관적으로 답했다. 한반도 평화에 관련해서도 66%가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번 조사는 19일부터 2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를 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다.
정치·경제·외교·사회 분야 모두에서 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여당의 의견이 정권의 정국 운영에 잘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표는 상황 타개의 방법으로 여야 대표 회담을 선택지에 올릴 수밖에 없다. 여론에 호응하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 그리고 여론을 통해 정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양당 대표 회담이기 때문이다.
양당 대표가 처한 상황이 이러니 여야 대표 회담은 성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담의 생방송 중계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생방송은 오히려 회담 이후 ‘뒷말’ 혹은 ‘딴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회담의 성사 여부보다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하는 부분이다. 과연 어떤 실질적 결과물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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