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임기 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친일(親日) 프레임’에 가로막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2027년까지 향후 3년간의 통상정책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CPTPP 가입과 관련해 “다양한 국내 이해관계자 소통, 전문가 간담회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우선 주력한다”고만 밝혔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표로 2018년 말 출범한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개방 수준이 높고 기존 1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해 당장 협상을 시작해도 가입까지 2~3년이 걸린다. 이번에 가입 시점과 추진 의지를 명문화하지 않음으로써 현 정부 내 가입이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일몰이로 지지층을 결집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CPTPP에 가입하면 농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농어민의 반발이 불가피하고 간접적으로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민주당이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CPTPP 가입 신청을 위한 단계인 국회 보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로서도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데다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등 선거 일정을 앞두고 있어 재추진 동력을 잃은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문제로 반일 감정이 거세지자 CPTPP 가입 논의를 중단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로드맵에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FTA 네트워크를 윤석열 정부 임기 내 90%로 늘리기로 했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제 운동장’을 넓히려면 다자간 FTA 체결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 중에서도 CPTPP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안정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CPTPP 가입을 매듭짓는다는 각오로 적극 임하고 적절한 피해 보상 방안 제시 등을 통해 농수산 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당리당략을 접고 경제 안보와 국익 추구 관점에서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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