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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 조선, 글로벌 리더 지키려면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수익성만 좇으면 中에 주도권 뺏겨

미래선박 기술서비스 시장 선점 등

탈탄소·디지털화 흐름 앞서 나가야





글로벌 조선 업계가 호황기로 접어들면서 국내 조선사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형 상선 건조가 가능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 조선사들이 중국과의 경쟁은 물론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지금까지 중국과의 경쟁은 ‘양과 질’의 승부였다. 그런데 최근 품질 격차가 급격히 줄고 중국의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도 확대되고 있다. 이미 조선해양 분야 국제 저널의 논문 숫자 비율은 중국이 한국의 열 배를 넘어섰고 격차는 해가 지날수록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중국이 조선업의 선두 국가라는 인식이 해외에서 늘고 있다.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도 그렇게 일본을 제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내 조선사들은 ‘선별 수주’라는 말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과거 호황기였던 2000년대 후반에도 국내 조선사들은 선별 수주를 외쳤다. 도크가 차 있으니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선별 수주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의 조선업은 급격히 성장했고 2010년 들어서는 한국을 2위로 밀어냈다.

선별 수주는 대체재가 없는 압도적 제품이나 기술이 있을 때 유효하다. 선주들에게는 중국이라는 대체재가 있다. 기술도 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한국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명목으로 현재의 글로벌 점유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균형의 추는 완전히 중국으로 기울 것이다.



또한 대형 조선사들은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진일보해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우리의 조선 기술과 경험은 체계적으로 집적화돼 있고 경쟁력은 세계 최고다. 따라서 시류에 따른 완전한 신사업보다 우리가 잘하는 분야, 충분한 경험과 데이터가 있는 기술 기반의 신사업이 성공 확률이 높다는 점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전통적인 건조 위주의 사업을 넘어 친환경 스마트 선박과 장비의 개발·유지와 관리를 위한 고부가 기술 기반 애프터마켓 시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미래 선박의 기술 서비스 시장은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온갖 첨단 장비와 기술이 장착될 친환경 자율 운항 미래 선박에 대한 고부가 기술 서비스 시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우리가 고심해 개발하고 건조까지 하는 무탄소 자율 운항 선박으로 요약되는 미래 선박의 도면과 기술·건조 데이터는 우리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조선업에서의 탈탄소화와 디지털화도 수년 내에 끝날 화두가 아니다. 이러한 조류에서 우리 조선업은 글로벌 선두에 있어야 한다. 2등이 1등이 되려면 세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란체스터의 마케팅 전략이 조선업에서 유효한지 모르겠지만 미국과 유럽·일본도 한번 빼앗긴 조선업의 주도권을 회복한 사례는 없다. 탈탄소화와 디지털화의 흐름에서 한국이 선두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투자의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 신사업,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사업 등 전 분야의 투자가 그러해 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형 액화천연가스(LNG)선 화물창 이슈는 2000년 초반부터 핵심 사안이었다. 정부도 지원하고 기업들도 중복 투자를 했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아직도 거액의 로열티를 내고 있다. 모든 투자의 성공은 힘들지만 투자 대비 성과는 분명 높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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