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 아래 바위에 일제를 물리치고 광복을 염원하는 의지가 담긴 글이 새겨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한국선비문화연구원 최석기 부원장과 한학자 이창호 선생의 판독 결과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 새겨진 글이다.
14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최근 천왕봉 바로 아래 바위에서 392자의 석각(바위글씨)이 발견됐다.
일제강점기 지리산에서 의병을 조직하고 활동했다고 알려진 권상순 의병장의 후손이 2021년 9월 이 석각을 발견하고 지난해 11월 국립공원공단에 조사를 의뢰했다.
공단이 올해 4~6월 기초조사를 벌인 결과 석각은 폭과 높이가 각각 4.2m와 1.9m였으며 글자 수는 392자에 달했다. 공단에 따르면 국립공원 내 확인된 근대 이전 석각 194개 중 글자가 가장 많고 제일 높은 곳(해발고도 1900m대)에 있는 석각이다.
이 석각은 공자의 춘추에 나오는 '대일통'(천왕의 예악문물이 널리 퍼지며 천하가 하나로 통일된 세상)을 주제로 천왕을 상징하는 천왕봉의 위엄을 빌려 일제라는 오랑캐를 물리치고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길 갈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와 함께 동아시아 역대 왕조 흥망성쇠를 간추려 제시하면서 일제강점기도 반드시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드러냈다.
글을 작성한 문인 묵희는 글 말미에 자신을 '나라 잃은 유민'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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