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회 폭언·4회 폭행…20대 청년 극단 선택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선처 호소

13일 항소심 결심 공판

고(故) 전영진씨의 군 복무 시절 모습. 연합뉴스(유족 제공)

'직장 내 괴롭힘'으로 20대 청년이 삶을 스스로 마감하게 만든 가해자가 항소심에서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1부(권상표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40대 남성 A씨의 협박, 폭행,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렸다.

A씨는 지난해 3∼5월 피해자 고(故) 전영진씨에게 전화로 86회에 걸쳐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폭언을 일삼거나 16회 협박하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네 차례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변호인은 "수사와 1심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자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다투지 않고 모두 인정했으나, 사실조회 결과 2021∼2022년 피해자가 여러 차례 가정 불화로 인해 실종 신고가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피해자의 사망에 다른 요인이 있었던 것 같다"고 변론했다. 그러면서 "지인들이 십시일반 최대한 돈을 모으며 형사공탁 등으로 조금이나마 속죄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관대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했다.

검찰은 "정황상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사망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A씨 측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5일 열린다.

사망한 전씨는 강원도 속초시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에 입사해 20년 경력의 A씨를 상사로 만나게 됐다. 그러나 A씨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5월 23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1심은 "피고인은 직장 상사로서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폭언, 협박을 반복했다. 피해자는 거의 매일 시달렸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내지 직장 내 갑질의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A씨를 법정에서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