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 모(28) 씨는 지난해 골목길을 걷던 도중 튀어나온 전동킥보드와 부딪혀 팔꿈치에 금이 갔다. 마침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에게 붙잡힌 가해자는 면허조차 없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전동킥보드 대여 업체 대부분의 면허 확인 절차가 느슨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서 씨는 “사고 이후에도 위험 주행하는 전동킥보드를 자주 목격했지만 매번 신고를 포기했다”면서 “번호판도 없고 기종도 천차만별인데 순식간에 지나간 운전자를 특정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슈가의 전동스쿠터 음주운전을 계기로 개인형 이동장치(PM)를 비롯한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위험성이 부각하고 있다. 매년 무면허·음주운전 문제가 심화하는 한편 1인용 운송 수단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단속이 어려운 데다 관련 법 정비도, 이용자 의식도 미진한 상황이다.
13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PM 무면허 운전 적발 건수는 3만 1933건으로 개정도로교통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2021년(7165건) 대비 34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PM 음주운전 범칙금 처분 건수 역시 2021년 2588건에서 지난해 7037건으로 약 2.7배 늘어났다.
하지만 PM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예외적으로 음주·무면허 운전 시에도 통고처분을 넘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PM은 △최대속도 25㎞/h 미만 △KC 안전 확인 신고 △무게 30㎏ 미만 등의 조건을 충족한 전동킥보드·전동이륜평행차·전기자전거 등으로, 이 분류에 한해 벌칙 조항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약물에 취한 채 PM을 타거나 집단 폭주 행위를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상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도로교통법 제45조(과로한 때 등의 운전 금지)·제46조(공동 위험행위의 금지)·제46조의3(난폭운전 금지) 등에서 모두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에 PM 사고의 위험성에 비해 제재 수준이 지나치게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PM뿐만 아니라 중량 30㎏을 훌쩍 넘는 소위 ‘기함급’ 전동킥보드나 전동이륜보드(투휠) 등 각종 원동기장치자전거 역시 차로·인도·자전거도로 안 가리고 난립하는 상황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워낙 1인용 이동 수단이 다양해지다 보니 이용자들은 물론 피해를 보는 시민들조차 주행 규제를 정확히 모르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1인형 이동 수단의 주행 교육·대여사업 등에 대한 법체계를 정비하는 동시에 이용자 의식 수준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용어부터 기종까지 너무 다양한 1인용 이동 수단이 국내에 도입됐지만 이를 현행법이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PM에 대해서는 범칙금을 높이되 전반적으로 1인용 이동 수단 사고에 대한 처벌 수준을 높여야 하며 근본적으로 이용자 소양·적성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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