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도부’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온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일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명직 당직 인선의 최대 쟁점이던 정 의장 거취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한동훈 체제의 당직 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정 의장은 1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시간부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선출된 후임 정책위의장께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을 잘 이끌어서 2년 뒤 지방선거와 3년 후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승리해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마련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정책위의장 임기를 1년으로 규정한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이유로 그간 유임 의지를 내비쳐왔다. 정 의장은 “기본적으로 정책위의장은 당 대표가 면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임면권을 가진 당직자가 아니다”라면서도 “결국은 우리 당원들과 의원들이 원하시는 것은 당의 화합일 것”이라며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마음을 갑자기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음을 갑자기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전날 한 대표와의 면담 이후 거취 문제에 대한 고민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런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앞서 한 대표 측은 연일 정 의장의 사의 표명을 촉구해왔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 의장의 사퇴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인선은 당 대표의 권한”이라며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정책위의장 교체 의지를 시사했다. 서범수 사무총장이 전날 임명직 당직자들의 일괄 사의 표명을 요구한 이후 서지영 전략기획부총장을 비롯해 당 사무처에 사퇴 의사를 밝힌 임명직 당직자들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정 의장 사퇴를 압박했다.
정 의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며 한동훈 지도부의 당직 개편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협의를 통해 인선한 뒤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지명된다. 앞서 한 대표는 신임 정책위의장 인선 기준에 대해 “우리 당에는 능력과 인품을 가진 많은 분들이 계신다”며 “좋은 인선을 해서 저희가 새로운 변화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 전 정책위의장의 후임으로 대구 4선의 김상훈 의원이 사실상 내정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19∼22대 국회에서 내리 당선됐으며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지냈다. 당에서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정책위 부의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민생경제안정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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