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의 찬반이 엇갈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두고 한국은행과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도 엇갈린 주장을 내 눈길을 끈다. 한국은행 보고서가 경영계의 손을, 국회입법조사처가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은 이르면 내주 결정될 수 있다.
2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이날 공개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는 “현행 법 규정과 제도 취지를 고려할 떄 더 낮은 최저임금 적용은 한계가 있다”며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려면 해외 사례를 참고해 단일 최저임금을 보안하는 방식으로 업종별 최저임금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법에서는 최저임금을 차등하는 방식인 업종별 구분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구분 적용은 제도 시행 첫 해만 이뤄질 정도로 찬반이 극명하다. 노동계는 저소득층과 헌법의 평등 원칙을 볼 때 업종 구분 적용이 불가하다고, 경영계는 사업주 지급 능력과 높은 임금 수준을 고려해 업종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보고서는 최저임금을 더 낮게 책정하는 업종에 대한 객관성과 당위성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게 골자다. 보고서는 “차등 적용 논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통계가 필요하다”며 “현재 최저임금 보다 (낮게 적용한 업종) 최저임금이 훨씬 높다는 점을 입증하는 과정이 없다면 (업종 구분은) 타당성을 얻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주장의 근거로 독일, 호주, 일본을 예로 들었다. 3개 국가 모두 복수의 최저임금을 운영하는데 국가(법정) 최저임금 보다 더 높은 최저임금을 지역과 업종에 따라 적용한다. 우리나라처럼 더 낮은 최저임금을 두자는 논의와 정반대다.
이 보고서는 최저임금 업종 구분 논의에 ‘불’을 붙인 한국은행 보고서의 주장과 배치돼 주목다. 한국은행이 올 3월 5일 공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는 두 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법상 최저임금을 적용 받지 않거나 외국인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 돌봄 비용을 아끼는 것이다. 보고서는 “개별 가구가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면 사적 계약인만큼 최저임금 적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이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저임금 업종 구분은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최임위는 내주부터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 구분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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