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없이 ‘동시진행’과 ‘역(逆) 갭투자’ 방식으로 빌라 200여채를 사들인 뒤 180억 원 규모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일명 ‘하남 빌라왕’으로 알려진 임대사업자 1명을 포함한 전세사기 일당 60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임대사업자 50대 여성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송치하고, 그의 아들인 30대 남성 B씨도 불구속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건축주 6명과 받아 챙긴 분양팀 8명, 전세계약 중개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 챙긴 공인중개사 등 44명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19년 4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수도권 지역에서 빌라 293채를 매수한 뒤 임차인 69명에게서 전세보증금 18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빌라 매입은 A씨가 진행했고 B씨는 이 중 75채를 A씨에게서 인수하는 조건으로 세입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신축 빌라의 분양과 임차를 동시에 진행해, 임차인들의 전세 보증금으로 빌라를 매입한 뒤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동시 진행’ 방식으로 매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로부터 건당 최고 2700만 원의 소개료를 받아 실제 분양가보다 전세보증금이 높은 ‘역 갭투자’로 빌라들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건축주들은 우선 임대 사업자와 가계약 형태로 분양계약을 한 뒤 빌라 임차인이 나타나면 전세계약을 하고 이들의 전세보증금의 6~12%를 임대사업자들과 분양팀, 공인중개사 등에게 소개료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차인이 잘 모이지 않을 때는 공인중개사 등에게 전세계약 법정 중개수수료의 2600% 정도인 1800만 원을 소개료로 지급해 임차인을 유인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태였으며 피해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고 싶으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오라”고 하는 등 계약만료일에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계획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상당수는 부동산 임대차 경험이 부족한 20대와 30대로, 이들은 전세보증금의 일부가 리베이트로 지급됐다는 사실과 계약 시점부터 전셋집의 매매가가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 로 전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 전 전세보증보험을 반드시 가입하고 악성 임대인 명단과 세금 체납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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