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적절한 상품 분류 등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한 소액의 상품 1000톤을 압류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 무역법상 ‘미소기준(微小基準·de minimis)’ 특혜 조항을 악용하는 중국 업체들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미소기준 특혜는 1938년 소매 가격 5달러 이하인 소형 포장물의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준 가격이 점차 상향 조정돼 2016년부터 800달러 이하의 포장물은 무관세와 원산지 표시 제외 혜택을 받고 세관 신고를 거의 하지 않아도 된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의 절반 이상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후 미소기준이 대(對)중국 무역 제재의 ‘구멍’으로 전락했다는 미국 제조 업체들의 불만이 크다. CBP에 따르면 미국 세관을 통과한 800달러 이하 소형 포장물은 2018년 4억 개가량에서 지난해 10억 5000만 개(500억 달러 이상 가치)로 급증했다. 이 중 온라인 쇼핑 앱인 쉬인·테무 등 중국 업체의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세관 당국의 검사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위조품이나 신장위구르 지역의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마약류인 펜타닐 등 각종 불법 제품까지 유입되고 있다.
미국 정치권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법안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올해 4월 그레그 머피 공화당 하원의원은 초당적인 공감대 아래 ‘중국의 미소기준 남용 금지법’을 발의했다.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 적용 품목은 면세 혜택 제외, 중국산은 면세 혜택 즉시 폐지, 원산지 등 세부 정보 입력 의무화 등이 주요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이 예기치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해외 직구 증가로 중소 제조 업체가 고사 위기에 처하고 중국산 합성 마약이 청소년에게까지 침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온라인 쇼핑 앱의 글로벌 공습에 맞서 다각도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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