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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논의도 하기 전에 ‘사퇴 엄포’ 놓는 노동계

최저임금위 2차 전원회의도 노사 공방

한국노총 “업종구분 땐 위원 사퇴 대응”

업종 구분 심의커녕 수준 심의도 ‘먼 길’

4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 회의실에서 열린 최임위 2차 전원회의에 사용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정(왼쪽) 경총 전무와 근로자위원 운영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최저임금위원회의 파행을 예고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심의 쟁점인 업종별 구분 적용이 이뤄진다면, 최저임금위 위원을 사퇴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업종 구분을 요구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업종 구분 논의가 올해도 ‘공회전’에 그칠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위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밀어붙인다면 (최저임금위) 위원 사퇴를 뛰어넘는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최저임금 차별 적용은 경제적 차별이면서 사회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 위원들이 경고대로 사퇴한다면 심의는 파행이다. 최저임금위는 노동계를 대표한 근로자위원, 경영계를 대표한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근로자위원 중 5명은 한국노총 측 추천위원이다. 한국노총은 나머지 4명을 추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해 ‘연대 전선’을 짰다. 김 위원장의 ‘경고’는 근로자위원 전원 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위원 재위촉까지 이뤄질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매년 최저임금은 8월 5일 고시일을 고려하면 7월 중후반까지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종 구분 심의는 이달 중후반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변수는 경영계가 업종 구분을 찬성하면서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권순원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간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 회의실에서 2차 전원회의를 연 뒤 이인재 최저임금위 위원장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저임금위에서) 업종 구분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한 번도 논의된 적 없다”며 “(경영계는) 구분 적용 필요성만 제기해왔다, 임금 수준 결정 방식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올해 심의의 관심인 돌봄 업종에 대한 업종 구분 요청도 아직 하지 않았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날 2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을 대표한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은 비혼 단신 노동자의 생계비 보다 낮게 결정되는 게 문제”라며 “비혼 단신 노동자가 최저임금으로 결혼을 못하고 아이를 낳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시급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급격한 인상론을 폈다.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은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역대급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기업, 소상공인 처지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며 중소기업과 소기업 10곳 중 6곳이 최저임금 동결을 원한다는 자체 설문 조사를 공개했다.

이인재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래 노사 합의는 7번 뿐”이라며 “(올해 심의도) 결정 단위, 업종 구분, 최저임금 수준 모두 합의 도출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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