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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밀푀유 정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밀푀유는 손꼽히는 고급 디저트다. 프랑스어로 ‘천 개의 잎’이라는 뜻을 지닌 밀푀유는 얇은 밀가루 반죽을 여러 겹으로 겹쳐 구운 페이스트리 사이에 크림을 넣고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든다. 17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지역에서 유래했다고 ‘나폴레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 입 베어 물면 페이스트리의 바삭함과 크림의 부드러움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어 수백 년 동안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달콤함과 바삭함의 대명사인 디저트와는 달리 ‘밀푀유 정부’는 행정 규제로 겹겹이 둘러쌓인 프랑스 정부를 뜻하는 악명이다. 프랑스 출신 방송인 오헬리엉 루베르는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라는 책에서 “행정 지옥은 진행형, 복지 천국은 옛말”이라며 “프랑스 행정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밀푀유 규제’에 질려 숱한 기업들이 프랑스를 떠났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기업과 연관된 행정규범은 지난 20년 동안 가파르게 증가해 40만 건에 이른다. 기업들은 행정 업무에 1주일당 8시간을 허비한다. 그에 따른 비용은 프랑스 1년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연간 840억 유로(약 123조 7000억 원)에 달한다.



2017년 당선 후 노동·연금 등 구조 개혁을 줄기차게 추진해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번에는 ‘밀푀유 정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메스를 꺼내 들었다. 마크롱 정부는 최근 장기적인 경제 부진의 원인을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관료주의에 있다고 보고 행정 규제를 철폐하기 위한 이른바 ‘경제 간소화 법안’을 6월 중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지나치게 많은 규범이 성장을 죽이고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으며 유럽 경제의 강등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행정 규제들을 매년 점검해 없애기로 했다. 기득권의 반발이 거세고 지지율이 하락해도 마크롱 대통령은 과감한 개혁으로 ‘유럽의 병자’인 프랑스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겹겹 규제 탓에 신산업이 질식하고 기업의 성장이 더딘 한국도 규제 혁파를 통해 성장 동력을 되살리는 프랑스를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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