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새로운 학교 생활에 기대가 한껏 부푼 학생이 있는 반면 변화된 환경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등교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하고 있나?’ ‘설마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등 걱정이 앞서는 시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불안, 우울, 초조함, 짜증 등의 정서적 증상을 겪게 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등교 거부증’을 보일 수 있다. 학교 갈 시간이 되면 막연히 배가 아프다거나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이 대표적인데 ‘새학기 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지 못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말대로 병원에 데려가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답변만 들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부모들은 아이에게 꾀병으로 몰아붙여 혼을 내기도 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등교 거부증을 보일 때는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학교에 가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오더라도 등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가 아프다, 어지럽다 등의 신체 증상에는 무관심으로 대하되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서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방수영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의 건강상태와 심리상태를 살펴 불안감을 없애고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아이가 불안해할수록 보호자가 함께 동요하기보다는 평정심을 가지고 관심과 격려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한 달이 지나도 무기력과 우울한 증상이 깊어진다면 소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새학기 증후군을 넘어 소아우울증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학기 증후군은 등교시간대나 하교 직후 등 학교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만 주로 반응이 나타나지만 소아우울증은 신체적 통증, 짜증, 예민함 등이 일상 전반에 깔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만 3347명이던 아동·청소년 우울증 진료인원은 2022년 3만 7386명으로 60.1% 늘었다.
방 교수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반복되면 소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권한다"며 “간혹 아이보다 보호자가 더 불안함, 우울함을 느껴 아이를 과잉 보호하거나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은연중 방해하기도 하는 데 이럴때는 보호자도 함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자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놀이치료를 통해 해결하고 불안의 정도가 심할 땐 항우울제나 항불안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집단 따돌림이나 주의가 산만하고 활동이 부산한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가 학교생활 적응을 방해하기도 한다. 집단 따돌림을 예방하려면 부모가 평소 자녀와 많은 대화를 통해 생활 태도를 살펴보고 친구 사귀는 방법 등도 조언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가는 것에 대해 공포심을 느끼는 정도라면 소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이 권유된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문제가 커질 수 있다. 학습 활동이 점차 중요해지는 만큼 적절한 시점에 치료해주지 않으면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고 학업에 흥미를 잃으면서 수업시간에 더욱 집중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력 결핍이나 활동의 과다 증상들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평소 아이의 성향이 산만하다면 학기가 시작할 무렵 교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특별히 관심을 갖도록 협조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 교수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가 나타나는 아이들은 아무리 야단을 쳐도 조금 지나면 다시 산만해져 꾸지람으로는 별 소용이 없다”며 “교실에서 교사와 더 가까운 자리에 앉도록 하거나 주기적으로 주의를 환기시키 주는 등의 전략과 함께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상담치료를 받게 되면 학교생활을 무리 없이 해낼 만큼 증상이 좋아질 수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담감은 특정 동작을 반복하거나 음성을 내는 틱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이는 아이들에게 비교적 흔하게 생기는 문제다. 방 교수는 “틱 자체에 대해서는 부모나 교사가 너무 지적하거나 주의나 야단을 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너무 긴장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반면 1년 이상 지속되는 만성 틱장애의 경우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틱이 동작과 음성으로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에는 '투렛장애'라고 하는 심각한 질환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