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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대통령의 독선이 참패 불러…인식 대전환해 언론·야당 자주 만나야”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

5분의 3 의석 확보한 巨野의 동의 없이 법안 통과 어려워

레이건, 8년 중 6년 여소야대 체제에서 野인사 집중 만나

野, 與실패 반사이익으로 압승…입법 폭주하면 역풍 맞아

與, 독자성 갖춘 당 대표 뽑아 균형적 당정관계 만들어야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8년 임기 중 6년 동안 여소야대 상황에서 직무 시간의 70%를 야당 관계자를 만나는 데 썼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인사들과 자주 만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으로 치러진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의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범야권은 192석을 차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개헌·탄핵 저지선인 100석을 간신히 넘은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선거·의회·정당 정치 전문가인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이번 22대 총선은 대통령에 대한 응징 투표였다”며 “윤 대통령이 인식을 대전환해 언론과 야당 관계자들을 자주 만나 소통하면서 정책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야당의 압승은 여권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며 “계속 보여주기식으로 야당 주도의 특검법과 입법 등을 밀어붙이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에서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4·10 총선 결과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 출범 2년가량 되는 시점에 치러져 ‘중간 평가’ 성격을 가졌다. 큰 틀에서 보면 윤 대통령이 2년 동안 보여준 리더십과 정책적 성과에 대해 국민들은 실망했고 분노했다.

-여당 참패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여권은 선거 구도·연합·이슈 만들기에서 모두 실패했다. 이번 선거의 구도는 1차적으로 윤 대통령 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결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해 일시적으로 한동훈-이재명 구도로 바뀐 후 여당이 선전했다. 그 와중에 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겹치며 올해 2월까지 이런 분위기가 유지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 문제 등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정권 심판론이 재점화했다. 의대 증원 문제는 국민이 찬성하는데도 장기화하면서 나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불안감을 높였다. 게다가 조국혁신당이 정권 심판론의 불씨를 키웠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이 굉장히 일방적이고 독선적이며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해병대원 사망 사건 등과 관련해 제대로 사과하지도 않았다.

-여당이 연합과 이슈에서도 실패했는가.

△선거에서는 연합하면 이기고 마이너스 정치를 하면 진다. 그런데 지난 대선이 끝난 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징계가 시작됐고 결국 이 대표는 탈당했다. 공동정부를 만들겠다면서 연합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국정운영의 훼방꾼’이라고 공격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당 대표 후보로 나온다고 하니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등에서 물러나게 했다. 연대 세력을 잇달아 깨면서 중도층의 이탈을 재촉했다. 또 집권당의 가장 큰 프리미엄은 정책이다. ‘좋은 정책과 법안으로 경제를 살리려는데 거대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접근했어야 하는데 이재명·조국 대표와 ‘86 운동권’ 심판론으로 맞섰다. ‘정권 심판론’은 명쾌했지만 여당이 야당을 심판한다는 프레임은 쉽게 먹히지 않았다. 20~30대 스윙보터들에게 필요한 것은 민생·경제와 일자리이므로 86 심판론이 통하지 않았다. 고물가와 내수 부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정책도 안 보였다.

-야당이 압승한 요인은 무엇인가.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 여권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이 훨씬 강했다.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이재명의 당’을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뒀고 선거 막판에 자당 후보의 막말, 부동산 불법 대출 사건이 터졌지만 과반 이상의 의석을 얻었다. 민주당이 여기에 도취해 자신들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 또다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2020년 총선 때 180석으로 압승했던 민주당이 2년 후 정권을 빼앗긴 것은 독주했기 때문이다.

김형준 배재대학교 석좌교수. 오승현 기자


-여당이 개헌·탄핵 저지선,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방어 의석은 확보했는데.

△양날의 칼이다. 우선 유권자가 대통령에게 협치 복원을 요구한 것이다. 여권이 개헌은 막아낼 수 있을지라도 법안을 야당의 동의 없이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어렵다. 범야권은 5분의 3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 패스트트랙(안건 신속 처리)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여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도 중간에 차단할 수 있다. 대통령이 집권 2년 동안 야당 대표를 한 번도 안 만났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 현안이 있을 때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야당에는 행정부를 견제하더라도 발목 잡기는 그만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행정부가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타협하고 협력하라는 뜻인데 이를 무시하면 2026년 지방선거나 2027년 대선에서 야당이 심판받을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는 향후 정국 주도권과 차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대통령제에서 의회 권력과 행정 권력 가운데 한쪽이 다른 한쪽을 제압하려고 하면 성과가 나올 수 없고 민생이 나빠지면서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도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선출 권력이 제도적 자제와 상호 존중이라는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당 대표가 모두 사법 리스크에 걸려 있어 강경 투쟁을 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느냐가 향후 정국 주도권의 향배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거대 야권에서 권력과 관련된 여러 가지 특검법, 노란봉투법 등 야당 주도 입법을 강행하자는 주장이 나오는데.



△그럴 경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야당이 계속 보여 주기식으로 특검법을 밀어붙이면 정치가 정상화하지 못하고 정쟁화하면서 대통령과 의회가 대통령 임기 말까지 충돌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이 대표와 조 대표가 사법부를 흔들려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다면 오판이다. 대법원은 두 대표와 관련된 3심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만일 이 대표가 선거법과 관련된 1심 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게 된다면 친명계 대 친문계의 권력 투쟁이 가시화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곧 국정 쇄신 방향을 밝힐 예정인데.

△대통령의 인식 대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대통령이 정치 입문 9개월 만에 당선돼서인지 어떤 경우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굉장히 강하게 가진 듯하다. 둘째, 정치를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고 정치권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가진 것 같다. 셋째, ‘비리 혐의자들을 대통령이 어떻게 만나느냐’는 생각을 지녔다. 넷째로 집권당이 대통령의 정당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같은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쇄신책을 내놓아도 진정성을 인정 받을 수 없다. 대통령실을 전면 개편하고 당정 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꿔 집권당이 자율성·독립성을 갖고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여당은 앞으로 어떻게 거듭나야 하는가.

△여당은 당정 관계 변화를 토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쓴소리도 해야 한다. 전당대회가 열리면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독자성을 갖고 움직일 수 있는 당 대표를 뽑아 균형적인 당정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 등 국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국회 상임위원장 등을 만나야 한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8년 임기 중에 6년 동안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운영했다. 그럼에도 퇴임 직전 지지도가 취임 직후 때보다 높았다. 레이건은 자기 직무 시간의 70%를 야당 측 관계자를 만나는 데 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일했는데 언론과 한 달에 1.7회씩 만났다. 우리나라의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도 언론과 만나는 게 형식적이었다. 대통령이 자주 언론을 만나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도 자연스럽고 세련된 방법으로 해야 한다.

김형준 배재대학교 석좌교수. 오승현 기자


-여야의 대선 주자 경쟁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아직 3년이 남았기 때문에 부침이 있을 수 있다. 여권에서는 한동훈·원희룡·나경원·오세훈·안철수 등 ‘빅5’가 많이 거론됐다. 이 가운데 한 전 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장 전면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기존 주자로 안철수·오세훈·홍준표 정도가 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본다. 야권에서는 이 대표와 조 대표가 있지만 두 사람의 사법 리스크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른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용진 의원은 아직 좀 약해 보인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본다.

-21대 국회는 ‘최악’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22대 국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회와 행정부가 상호 존중과 제도적 자제를 통해 협치를 서둘러 복원시켜야 한다. 여야 대표가 자주 만나고 대통령도 여야 대표를 자주 만나서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눠야 한다. 자주 만나다 보면 나름대로 물꼬를 틀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당내 중진들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 4·5선의 여야 중진들이 자주 만나 과거를 성찰하면서 조율하면 일방적 독주 정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안보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 여야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외교안보는 초당적으로 대처하면 좋은데 그게 잘 안 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바뀌어도 대(對)중국 봉쇄 정책에 변함이 없었다. 우리는 진보·보수 진영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정책을 편다. 초당적 대응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야당에 많은 정보를 줘야 할 것이다.

◆He is···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부소장으로 일했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부원장을 지낸 뒤 명지대를 거쳐 배재대에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한국선거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국회 제도개혁자문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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