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도 여러 개의 정찰위성 발사를 예견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도발 계획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박경수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부총국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국가 방위력 강화에 큰 진전을 이룩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첫 군사정찰위성을 우주 궤도에 진입시켰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2월 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2024년 3개의 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언급했다.
북한의 정찰위성 도발 겁박은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악마의 거래’ 이후 급진전된 북러 군사 밀착과 맞물려 우려된다.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할 재래식무기를 공급받고 그 대가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핵심 기술을 넘겨주고 유엔에서 북한 편을 들어왔다. 급기야 지난달 28일 러시아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따라 설치된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을 통한 국제사회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억제 기능은 사실상 사라졌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는 유엔 대북 제재 체제를 약화하려는 조직적인 노력의 세 번째 단계”라고 분석했다. 1단계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행 중단, 2단계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신규 안보리 제재 결의 저지에 이어 3단계로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체제를 영구적으로 해체하는 조치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노골적인 ‘북한 감싸기’는 대북 제재 체제의 무력화를 겨냥한 전략적 포석인 셈이다. 이에 맞서 한미일은 주요 7개국(G7), 호주·스페인 등과 함께 대북 제재 체제를 하루속히 복원해야 한다. 러시아의 방조 속에 정찰위성 발사 도발 등으로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려는 노림수를 차단하려면 북한을 압도할 만큼 강력한 국방력을 키우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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