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과 공동경영 방식으로 제약·바이오업계에 잇따라 진출했지만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눈에 띄는 실적을 낸 곳은 GS컨소시엄이 최대주주로 있는 휴젤 정도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산업에 대한 이해와 투자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GS 계열사인 휴젤은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3.5% 증가한 3197억 원, 16.2% 증가한 1178억 원을 기록했다. 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 품목허가를 받으며 올해 매출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기업이 인수한 제약·바이오사 가운데 휴젤 같은 사례는 손에 꼽힌다. 대부분 적자가 확대되며 고전하고 있다. CJ(001040)바이오사이언스(구 천랩)는 CJ제일제당이 2021년 인수한 이후 누적 적자가 700억 원대에 이른다. 영업손실은 2021년 101억 원, 2022년 332억 원, 지난해는 33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600억 원대의 유상증자에 이어 연말에는 건물과 토지를 매각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투자자산 매각을 통한 선제적 연구개발(R&D) 자금 확보를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2022년부터 OCI와 공동 경영을 하고 있는 부광약품(003000) 역시 2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7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규모가 1만 6158% 급증했다. 오리온(271560)홀딩스는 2022년 11월 국내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업체인 하이센스바이오와 공동투자해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 손실은 35억 2200만 원이다. 2022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서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바이오산업에 뛰어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2286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올해 인천 송도 1공장이 착공에 들어가며 당분간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사를 인수한 대기업들 사이에서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면서 “인수한 회사의 기술적인 역량이나 제품 파이프라인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거나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경영에는 적지 않은 인내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바이오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임은 확실하지만 경영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생태계에 대한 확실한 이해, 전문가의 충분한 활용, 오랜 투자와 기다림을 감내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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