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시 중정구에는 ‘보아이특별지구’가 있다. 이 지역을 현지 사람들은 ‘대만의 심장부’라고 부른다. 총통의 집무실이 있는 대만총통부를 비롯해 법무부·외교부 등 주요 부처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관공서들이 밀집해 있었던 예전의 서울 세종로와 비슷한 곳이다. 대만 정부는 보안 강화 등을 이유로 이곳을 특구로 지정하고 비행금지구역 등의 조치를 취했다. 보아이특구에는 일본의 대만 통치 시기 때부터 주요 행정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만총통부 건물은 일본 식민지 시대의 최고 행정기관이었던 대만총독부가 쓰던 청사였다. 행정 부처 청사들도 대부분 일제 때 통치기관들이 사용하던 건물들이다.
보아이특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길을 ‘보아이로’라고 부르는데 원래 명칭은 ‘궁차로’였다. 1945년 일제가 패망한 뒤 당시 대만 행정장관이었던 천이가 새 시대에 맞는 거리 이름을 만들라고 지시해 변경됐다. 보아이(博愛)는 ‘넓은 사랑’이라는 뜻으로 국부 쑨원이 추종자들에게 즐겨 써주던 글귀였다.
중국군이 총통부 등 대만 주요 시설을 타격 훈련용 모의 표적물로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고 연합보 등 대만 언론들이 최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군의 네이멍구 주리허 훈련 기지에서 대만의 보아이특구를 재현한 모의 표적물들이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됐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이런 훈련 방식은 우리에게 경고의 신호이므로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을 무력 통일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중국과 대만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와 뭔 상관 있나”라고 했지만 대만 안보는 한반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군의 전력 분산을 위해 북한 도발을 사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 등 동북아 정세의 급변 가능성에 대비해 치밀한 안보 전략을 짜야 할 때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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