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그룹과 통합을 추진 중인 한미약품(128940) 그룹의 주주총회가 오늘 개최된다. 통합을 놓고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 및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측 지분차가 2%대로 접전을 보이며 신경전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28일 한미사이언스(008930)는 이날 9시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인근 호텔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송 회장 측은 7.66%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아 지분 42.66%를 잠정적으로 확보한 상태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손을 들어주며 총 40.57%를 잠정 확보했다. 양측 지분차가 2%대로 접전을 보이며 업계에서는 경영권의 향방이 지분 16.77%에 해당하는 소액주주들의 손에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총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한미약품 그룹은 전날 임주현 사장을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한다고 밝혔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의 장녀인 임 부회장은 2004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인적자원개발 부서 등을 거쳤다. 임 전 회장의 배우자인 송 회장은 전날 “임성기의 이름으로, 임성기의 뒤를 이을 승계자로 임주현 사장을 지명한다”고 승계자를 공식 지명한 바 있다. 임 부회장을 공식 후계자로 지명한 데 이어 승진 발령까지 내면서 통합 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한미약품 그룹은 최근 통합에 반대해 온 임종윤·종훈 형제를 각각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한미약품 사장직에서 해임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도 법원에 한미약품그룹 우호지분인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에 대한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단들은 각각 한미사이언스 지분 4.9%, 3%를 보유하고 있다. 가처분 신청이 급박하게 진행된 만큼 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아 주총 결의에는 영향은 미치지 않지만 추후 법원 결정에 따라 결의가 번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임 형제 측은 “고 임성기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재단들이 일부 대주주들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것 또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그룹은 “재단의 의결권이 일부 대주주들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된다는 주장은 각 재단 이사회 구성원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두 재단은 원칙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해당 안건을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소액주주 설득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미그룹은 이날 ‘자사주 매입·소각’ 등 공격적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중간배당 도입을 통한 주주 수익성 제고,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친화정책 재원으로 활용 등이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도 ‘주주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법원은 신주발행 등에 관한 이사진의 경영판단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평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며 “소액주주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