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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창구 없는 의료계에 답답한 정부…전공의·의협 무대응 일관

[韓총리, 의대학장 등과 회담]

대화 제의에도 대전협 '묵묵부답'

실질적 대화체 구성까진 첩첩산중

한동훈 "의제 제한 않고 대화해야"

안철수 "증원 재검토" 중재안 제시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료 개혁 관련 현안 논의에서 유홍림(왼쪽) 서울대 총장, 김영태(〃 두 번째) 서울대병원장 등 참석자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대 학장과 병원장, 대학 총장 등과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건설적인 대화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의정 갈등의 당사자는 모두 불참해 실질적인 협의체 구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6일 서울대 의대에서 진행된 대화에는 의사 집단행동의 핵심 역할을 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의료계에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 윤을식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전원협의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교육계에서 유홍림 서울대총장, 김동원 고려대총장, 윤동섭 연세대총장,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 오연천 울산대총장 등이 자리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대전협이 참석하지 않아 첫 만남의 한계가 명확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전협은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 총리에 건설적 협의체 구성을 주문한 24일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라는 한 글자만 남기기도 했다. 이날 한 총리도 회의 이후 관련 질문에 “한 번의 회의로는 안 된다. 오늘 모였던 사람을 계속 접촉해 회의체 자체도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단일 대화 창구 마련은 요원한 상황이다. 정부와 전공의 사이 중재자를 자처한 교수 단체는 전의교협과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등 2개다. 전의교협은 의협과 대전협 등과 소통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공의들은 교수 등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공의 입장에서 교수는 근무와 수련 환경을 열악하게 만든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대화를 거부하고 나아가 자체 구심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보니 정부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정부에 대한 여론도 안 좋아지자 빠르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대화 상대가 없다 보니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의료계의 말이 자주 바뀌고 의사들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도 뚜렷이 없다”면서 “(노사정 협상에서) 양대 노총은 통일된 입장이라도 있는데 의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어서 양대 노총이 그리울 지경”이라고 협의체 구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갈등의 핵심인 의대 증원 규모를 놓고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26일 국무회의에서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 만들어졌다”며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2000명 증원 규모 조정도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와 관련해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건설적인 대화를 해서 좋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의료계와 만나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안’ 재검토를 요구하는 공동 중재안을 내놓았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대 의대,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및 전공의들과 논의한 의대 정원 관련 중재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안 위원장 제안으로 성사된 논의에서 양측은 △범사회적 의료 개혁 협의체 구성 △2000명 의대 증원안 재검토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정부의 적극 대응 등의 내용을 담았다.

세부적으로 협의체 구성은 의·정뿐 아니라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국내 기구와 시민단체를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의대 증원안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구에 의뢰해 3~6개월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과학적인 추계를 거쳐 규모를 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안 위원장은 “제일 큰 걸림돌은 2000명에서 한 명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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