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양국의 안보 동맹을 1960년 미일안보조약 체결 이래 최고 수준으로 격상시킬 방침이다.
2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월 10일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주일미군사령부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개편이 육해공 자위대를 묶는 ‘통합작전사령부’ 창설에 맞춰 미일 간 상호 운용성을 향상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바이든 정부는 하와이에 주둔 중인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속 사령부 중 하나인 태평양함대 산하에 새로운 미군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對)일본 지원을 강화하고 함대 지휘관인 4성 장군이 일본에서 지금보다 더 오래 근무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는 존 애퀼리노 인태사령관이 제시한 안으로, 미 국방부가 유력하게 고려 중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요미우리신문은 주일미군사령부의 권한 강화가 이번 개편안에 비중 있게 담길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일 합동 연습과 훈련 계획 수립,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와의 역할 조정과 정보 공유 등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자위대와 주일미군 조정을 긴밀히 하기 위한 상설합동팀을 일본 내 창설하는 방안도 급부상하고 있다.
FT는 이 같은 개편안이 대만 충돌과 같은 위기 상황을 포함한 중국발 위협에 즉각 대응해 미일 간 군사 공조와 작전 계획 수립을 빈틈없이 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일본 고위 당국자들은 “대만의 안보는 일본의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일본은 내년부터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400기를 도입해 적의 미사일 발사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갖추고 2027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높이기로 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주일미군사령관은 3성 장군이고 실질적인 주일미군 부대 운용·작전지휘권은 6200㎞ 떨어진 하와이의 인태사령부에 있는 만큼 유사시 신속한 대응이나 자위대와의 조율 체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도쿄 요코타기지에 있는 주일미군사령부는 미일 공동 훈련 감독과 미일지위협정 운용 등으로 권한이 한정돼 있다.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를 거점으로 하는 미 해군의 제7함대와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하는 해병대 등에 대한 지휘권은 하와이에 사령부를 둔 인도태평양군이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내에서는 주일미군사령관을 현재의 3성에서 4성 장군으로 격상하는 한편 한미연합사령부처럼 위기 시 즉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미일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일 간 안보 동맹이 어떤 방식으로든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본 자위대 합동참모본부장이었던 오리키 료이치는 “미국이 일본의 지휘 구조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과 북한에 강력한 전략적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억지력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석좌는 “미군 사령부 업그레이드는 미일 동맹을 한미 동맹의 ‘오늘 밤이라도 싸운다(Fight Tonight)’ 정신에 더욱 가깝게 만들 뿐 아니라 역내 억제력에도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미일 간 안보협력 확대가 최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건으로 양국 관계가 서먹해진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대선을 의식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어깃장을 놓고 있으나 안보 분야에서만큼은 일본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선물 보따리를 풀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미일 양국은 4월 정상회담에서 ‘지휘 통제 재검토’라는 큰 틀에 합의하고 세부 내용은 연내 개최하는 외무·국방장관 회의인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에서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는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