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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시한 지나자마자…경찰, 의협 전·현직 간부 집 들이닥쳤다

경찰, 1일 의협 비대위 관계자 자택 등 압수수색 나서

복지부, 미복귀 전공의 13명 대상 업무개시명령 공고

전공의 복귀율 저조…일선 병원들 의료공백 위기 고조

경찰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회관에서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경찰은 의협회관 내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 중이다. 연합뉴스




경찰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의사단체 관계자 5명에 대한 수사에 본격 돌입했다. 전공의 복귀 시한(2월 29일)을 넘기자마자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와 서울시의사회 사무실, 관계자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의료계를 향한 칼날을 빼들었다.

1일 의료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소재 의협 회관과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보건복지부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강원도의사회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전 의협 회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을 의료법 위반 협의로 고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 과정에서 임 회장과 주 위원장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 위원장 등 나머지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예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과 주 위원장은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임 회장 등이 경찰에 체포돼 연행됐다는 소문이 의료계 내부에서 돌았으나 이들의 정확한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회관으로 경찰이 들어가고 있다. 경찰은 의협회관 내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 중이다. 연합뉴스


앞서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의료법 59조와 88조에 따른 업무개시 명령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을 위반한 혐의로 의협 비대위 관계자 5명과 신원 미상인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지지하고 도와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함으로써 전공의가 속한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다.

신원 미상인의 경우 의사, 의대생들이 참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중요] 병원 나오는 전공의들 필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인계장 바탕화면, 의국 공용 폴더에서 (자료를) 지우고 세트오더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와라. 삭제 시 복구 가능한 병원도 있다고 하니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한 일이 문제시 되고 있다. 정부는 해당 게시물이 전공의들의 집단이탈을 부추겨 병원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보고,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소재 메디스태프 본사를 압수수색한 후 게시글 작성자의 IP 추적을 해왔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을 넘기자마자 예고한 대로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의협 비대위는 법률지원단에 긴급 요청을 통해 압수수색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정부 대응기조를 좌지우지해 온 비대위 핵심 관계자들이 수사 당사자인 만큼 사실상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이 아무리 정당하더라도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듣지 않고 수사를 강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순순히 정부 의견을 따르지 않으니 행정부는 물론 검경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정상적인 정책 이행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복잡하게 얽힌 의료 정책 문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전공의에 대한 복귀 시한이 지난 1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


복지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을 향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건국대병원·동국대일산병원·충북대병원·조선대병원·분당차병원·계명대동산병원·인제대부산백병원·가톨릭중앙의료원 등 11개 수련병원에 소속된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공고했다.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한 의료인에게 업무개시명령서를 직접 교부 또는 우편으로 발송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부재 및 주소 확인 불가 등의 사유로 교부 송달 또는 우편물 송달이 어려운 경우 등에 한해 홈페이지 공고로 대체가 가능하다. 해당 공고에는 실명이 적시되진 않았으나 공고대상의 이름에서 가운데 글자만 가린 채 소속 의료기관, 면허번호가 공개됐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기 전 사직서 제출을 공식화했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세브란스병원 전공의) 회장과 류옥하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 등도 공고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복지부는 이달부터 현장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법 절차가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이번 연휴 기간 내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 관용을 베풀 가능성도 제기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마감 시한까지 복귀를 마쳐야 면허 정지 등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면서도 “3월 1∼3일 연휴 기간 내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공의 집단이탈 열흘째인 2월 29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전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 비대위는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약 3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일선 병원에서는 '3월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기준 병원으로 돌아온 전공의는 294명으로, 전체 전공의의 2.3%에 그쳤다. 현장에 남아있던 4년 차 레지던트의 계약기간이 지난달 말 종료됐고 이번 달부터 들어오기로 한 인턴, 계약 연장이 필요한 전임의들이 계약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의료공백이 더욱 커질 공산이 커졌다.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은 가중되는 실정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전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라며 전공의 복귀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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