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총인구가 2023년 5171만 명에서 2072년 3622만 명으로 줄어든다. 2072년에는 65세 인구가 총인구의 47.7%를 차지하게 된다. 2022년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이 102.1%이기 때문에 인구 감소는 빈집의 증가를 의미한다. 주택 보급률이 아직 100% 이하인 경기·인천·대전·서울을 제외하고 경북(113.2%)·전남(112.4%) 등 주택 보급률이 높고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서는 빈집이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빈집의 수는 13만 가구를 넘는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주택 가격과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의 빈집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도시 정비를 위한 재개발이 늦어질수록 미래에 도시 정비를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빈집 문제가 급하다고 근시안적 해결책에 매달리면 재정만 낭비하게 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경제신문에 빈집과 관련된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이 장관이 기고문에서 주택 철거 후 재산세 부담을 줄이고 지역 맞춤형 활용 대책을 세우자고 주장한 것은 단기적으로 좋은 정책이다. 이러한 단기 정책은 장기 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도전 과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시를 탄생시킬 수 있다.
과거 서울시의 도시재생 사업은 주민 반발을 일으켰고 곳곳에서 사업이 철회됐다. 골목길이 관광객들에게는 낭만을 줄 수 있어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정비계획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주민들은 없다. 정부 지원으로 전보다는 환경이 나아졌지만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집값 상승으로 재개발 수익이 떨어져 결국 재개발이 어려워질 수 있다. 주민들은 21세기 집값에 20세기 생활을 강요받고 있다. 사람들은 빈집의 철거 비용이 부담돼 빈집을 방치할 수도 있다. 일부 농어산촌만 아니라 일찍 개발된 안산·반월 등 수도권 위성도시들과 전국 광역시들의 원도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몇 가지 성공 사례와 단기적 성과만으로 도시계획의 틀을 맞춰서는 안 된다. 100년을 내다보는 도시계획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과거 재개발은 평생 모은 재산을 불리는 최고의 지름길이었다. 앞으로도 부동산 불패 신화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외국의 사례에서와 같이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도 안정될 것이다. 이미 올라버린 집값으로 재개발의 시세차익을 얻을지도 불확실하다.
안전진단은 과거 재개발 사업을 합리화하는 데 중요한 정책 수단이었다. 멀쩡한 주택을 허무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감대도 있었다. 재산권 행사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30년간 재개발이 금지됐으면 30년이 지나기만 하면 소유자에게 재건축을 허용해 재산권을 부활하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지금처럼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기준을 다시 설정하는 규제는 재개발 사업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자의적 행정 권한만 유지하는 것이다. 안전진단 정책으로 재개발을 추진했던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재개발을 추진하더라도 설비를 고치고 외관을 정비하면서 살 수 있도록 안전진단 면제 기준은 건축 기간만으로 정하고 재개발 절차를 투명화해야 한다.
안전진단은 빈집과 노후한 집을 관리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빈집과 노후한 집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주택들을 철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철거를 위해 기금을 설치하고 노후도에 따라 소유자가 부담금을 적립하도록 강제해 도시 정비를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안전진단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빈집을 철거하면 마을이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빈터를 공원이나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등 도시의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광역시는 메가시티화해 주변 지역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해 지역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살더라도 풍요롭게 산다면 지역은 소멸하지 않는다. 메가시티를 통해 각 지역이 서로 연계돼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효율적 국토 활용이고 지역균형발전이다. 민간의 자생적인 도시 재건의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개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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