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 분석만으로 돈을 벌 수가 있다는 건 사기에 가깝습니다. 차트 같은 경우는 돈을 움직일 수 있는 세력들이 조금만 움직여도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주린이를 대상으로 한 주식 차트 분석에 대한 방법론이 주식시장을 도배하는 가운데 ‘처음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 단타전략’을 펴낸 홍인기(27) 저자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트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가 지난해 말 펴낸 책은 출간 이후 빠르게 입소문을 얻어 2월 1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5위를 기록했다.
그의 방법론은 이렇다. 매매 후 보유 시간이 3분 이내인 스캘핑부터 당일 매도하는 데이트레이딩 등에 관계 없이 그날 가장 인기 있는 테마의 대장주를 공략한다는 것. 이를 테면 그날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눈독을 들이는 테마가 반도체주라고 했을 때 이 중에 대장주를 찾아내 투자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8일은 마침 반도체주의 대장주격인 한미반도체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거래를 마친 그는 “대장주가 장중에 바뀔 때는 빠른 판단이 중요한데 대장주가 거래 막판까지 힘을 받을 경우는 한 종목으로도 쭉 거래를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 투자자로 알려져 있지만 투자 잔뼈는 굵다. 중학생 때 15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한 이후 대학생 시절인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단타(단기 매매)에 입문했다. 이후 2022년 KB증권에서 매달 개최한 투자왕 실전투자대회에서 4~7월 꾸준히 1, 2위를 기록했다. 이후 그는 증권사 인턴 기회 대신 전업투자자의 길로 들어섰다. 책을 쓰게 된 이유도 이랬다. “주식을 한다고 했을 때 잘못된 방향으로 가르쳐주는 사람도 많고 유튜브에도 자기도 돈을 못 벌면서 강의를 하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마침 제 방법은 거래 대금이 많은 종목을 공략하다 보니 공유해도 제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었고요.”
지난 한 해 2000만원의 원금으로 시작해 9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그가 생각하는 단타의 매력은 하락장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주식 시장은 단기 매매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미국 주식 시장 같은 경우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많이 펴지만 한국 시장은 아직은 장기 투자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리 어떤 종목을 사야겠다고 정해 놓지 않는 편이다. 아침에 주식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해 검색 순위에 뜨는 종목, 전날 거래 대금 순위 등 뉴스를 본다. 핫한 테마와 대장주를 살핀 뒤 ‘수급이 붙는 것’을 보고 매수에 들어간다. 그는 “너무 많이 자료 조사를 하다 보면 무조건 이것을 사야겠다고 생각해 오히려 실패할 수 있다”며 “내 눈에 아무리 좋아 보여도 그날 사람들이 많이 사는 종목이 오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무조건 소액으로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저자는 “원금이 적을 수록 사고팔 때의 (심리적) 난이도가 쉽기 때문에 100만원 정도로 시작하는 것도 충분하다”며 “자기 그릇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저자가 판단한 스스로의 그릇은 1억원. 장이 좋을 때는 2억원으로도 투자를 하지만 보통은 1억원을 원금으로 삼아 그날의 투자에 임한다.
전업투자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과 심리적 여유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초반에 어느 정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데 그 기간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장 마감 후 오후나 저녁 시간에 어느 정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을 병행하는 것도 추천했다.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주식 시장이지만 그날 장이 마감하고 나서는 손익에 신경을 안 쓰는 게 철칙이다. 절대 안 하는 것도 있다. 손실 보는 것을 메꾸기 위해 추가로 투자하거나 물타기를 하는 것. 그는 “원칙에 따라 사고 팔아야 할 때 팔아야 하는데 손실을 회복하려는 목적으로 살 종목을 찾아다니는 순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더 중요한 덕목도 있다. 대장주라고 생각하고 매매했는데 3% 이상 떨어질 때는 기계적 손절을 하고 그날그날 수익은 일정 한도가 넘으면 인출하거나 다른 곳에 ‘파킹’할 것.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제 매매법을 믿고 계속 하면 어떨 때는 손실이 나더라도 결국 순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지금처럼 유지하면서 크게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