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회복 조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경기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기존 진단에서 ‘확대’라는 단어를 추가함으로써 경제에 대해 한층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경기 둔화 완화’라는 표현을 시작으로 일관되게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자신감을 표출하는 배경에는 수출 회복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띠고 있다. 올 1월 1~10일 수출도 전년 대비 11.2% 늘어나면서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낮은 성장률로 인한 기저 효과도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의 낙관론과 달리 우리 경제 곳곳에는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가 언급한 것처럼 무엇보다 내수가 최악이다. 고물가와 누적된 가계 부채로 체감 경기는 날로 악화되고 있으며 소비 여력도 고갈된 상태다. 글로벌 정세 불안과 고금리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내수 지표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건설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까지 더해져 바닥을 기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월 경제동향에서 고금리로 우리 경제의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춘 2.4%로 제시하면서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를 경고했다.
정부가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려면 성급한 낙관론을 앞세우기보다 기업의 활력을 높이는 데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모래주머니’ 같은 규제 사슬을 혁파하고 경쟁국에 뒤지지 않도록 과감한 세제·금융·예산 지원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공무원 보신주의를 깨고 개혁 어젠다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부처마다 ‘개혁 태스크포스(TF)’를 만들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와 정치권은 민간의 혁신과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 개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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