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대중교통을 내걸었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기후동행카드가 내년 1월 시범 도입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당장 사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지하철 중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제 구간은 시스템 미비로 2월부터 승·하차 적용이 가능한 탓이다. 예를 들어 1월에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기후동행카드로 탑승하더라도 용산역에서 하차할 때는 개찰구에 카드를 태그해도 아예 통과할 수가 없다.
14일 서울시와 코레일, 교통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기후동행카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으로 서울 시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 모든 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실물 카드는 최초 3000원에 카드를 구매한 뒤 매월 충전해 쓰면 된다.
다만 코레일이 개찰구를 관리하는 서울 지하철 역은 1월 중에는 시행이 불가능하다. 개별 역 개찰구마다 단말기가 기후동행카드를 인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줘야 하는데 아직 작업이 완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승 할인이 되는 수도권 대중교통은 한번에 모든 시스템을 변경해줘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레일 운영 구간은 코레일에서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예상보다 개발 기간이 소요돼 불가피하게 내년 2월부터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지하철 1호선은 ‘서울역~청량리’ 구간만 서울교통공사 관할이어서 그 외 지역은 서울이어도 적용이 되지 않는다. 일례로 노량진, 영등포, 구로, 회기, 도봉 등에서는 기후동행카드가 무용지물이다.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경춘선도 코레일이 담당하고 있다. 또 왕십리역, 수서역 등 환승 구간의 경우에도 교통공사와 코레일 개찰구가 나눠져 있어 어디는 통과되고 다른 쪽은 인식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지하철역마다 직원이 직접 별도의 기후동행카드 입·출구를 관리하는 방안도 고민했으나 물리적으로 너무 많은 인원을 투입해야 해 덮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에서는 아예 시행 시기를 2월로 미루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우선 1월에는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지하철역을 적극 알리고 시민들의 양해를 구해 혼선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별 시민들이 통상적인 출퇴근 구간뿐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다니는 지하철역에 대해 건건이 머릿속에 담고 있기는 힘든 노릇이다. 자칫 환불 요구와 같은 민원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익명의 한 시민은 “무제한이 되지 않으면 1월이라도 가격을 더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1월부터 5월까지는 시범서비스 기간이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7월까지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면서 “세부 실행계획과 시민이용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는 다음 주 공개할 예정”이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기본 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은 애초부터 제외됐다. 인천시의 경우 광역버스 비용 지원만 내년 기후동행카드 예산으로 편성해 인천 지하철·시내버스와 환승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면 요금을 2번 내야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서울시는 1월 주요 서울 시내 지하철과 버스·따릉이, 2월 전체 서울 시내, 4월 인천, 김포(골드라인 및 광역버스 포함) 등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차츰 적용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을 할 때는 기후동행카드를 쓸 수 없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다. 오 시장은 경기 김포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난 7일 “복수의 (경기) 기초자치단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시범사업 때부터 참여를 원하는 기초지자체에는 언제든 문호를 열어놓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기도는 모든 교통수단에 적용할 수 있다며 ‘The 경기패스’로 맞대응하는 모양새다. The 경기패스는 충전 없이 매달 대중교통 비용의 20%(19~39세 30%, 저소득층 53%)를 환급해 준다. 경기도는 지난 13일 김상수 교통국장 주재로 31개 시·군 과장급 회의를 열고 교통비 지원 정책을 논의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