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의대정원' 둘러싸고 장기화된 줄다리기…국민들은 지쳐간다 [박홍용의 토킹보건]

의협, 대통령실 앞 릴레이 시위 등 파업 시동 걸어

정부·의료계 양측 모두 선택적 통계 차용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용산 의협회관 앞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시위를 하고 있다. 최대집 투쟁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지난 9월부터 보건의료 분야를 취재해 왔습니다. 보건복지부를 출입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된 이슈는 바로 의대정원 이슈였습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사 숫자가 모자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정부를 비롯한 국책연구기관, 시민단체 등은 "고령화로 인해 의사 숫자가 대폭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중간에 언론이 딱 끼어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코너를 통해서 여러번 말씀드렸듯이 저는 의대정원 증원 숫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관건은 어떻게 무너진 지역, 필수의료 분야를 소생시킬 수 있느냐가 되겠죠.

저도 아이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진료를 받으려고 병원 예약 앱 '똑닥'을 통해 예약을 하지 않으면 소아청소년과에서 1시간20분 가량 대기하는 것은 다반사더군요. 똑닥 앱을 통한 예약도 타이밍을 놓치면 오프라인으로 진료 신청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의 입장은 현 의대정원을 절대 사수하는 것입니다. 의대정원이 늘어나면 이른 바 '공급 과잉'이 되면서 의사들의 연봉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반면 정부는 '이번에는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때도 의대정원 증원이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절대로 실패할 수 없다는 얘기죠.

의협은 드디어 오프라인 투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의협은 지난 6일 의협 회관 앞 기자회견을 열어 본격적인 투쟁행보를 선언했고, 의협회관 앞과 대통령실 인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릴레이로 밤샘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의 시위는 7일 오전 8시까지 계속됐죠. 의협은 강경파로 꼽히는 최대집 전 의협회장을 투쟁위원장으로 선임하기도 했습니다. 의협은 11일부터 전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투쟁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17일에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궐기 대회를 열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집단행동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19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복지부의 사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며 의협도 같은 사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의협의 파업 움직임에 경고했습니다.

정경실(오른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과 대한의사협회 협상단장을 맡고 있는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제2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이같은 줄다리기가 계속 될수록 국민들은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들은 하루 하루 생업에 힘든 상황인데 제발 당사자들끼리 최선의 합의책을 도출해라.' 모든 국민들의 마음이 바로 이럴 것입니다. 어찌보면 국민들이 의대증원 이슈에 염증을 느끼는 것, 그 자체가 일부 의료계가 바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의협 등 의료계에서는 지역, 필수의료 붕괴가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닌 수가 부족과 의료분쟁 우려 등 때문이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 의료보상 부담을 해소하는 '필수의료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대책이 나온다고 해도 의료계에서는 '000 대책으로 지역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는 성명을 내놓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본인들에게 유리한 선택적 통계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여론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양측 모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중요시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선의를 믿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