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체 수정 예산안 카드를 꺼내 들고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을 민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검사 탄핵소추안 추진에 이용당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 같은 여야의 갈등 속에 올해도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7일부터 예결위원장과 양당 간사로 구성된 ‘소소위원회’를 가동해 막판 협상에 나선다. 여야는 이달 13일부터 24일까지 예결위 심사를 통해 내년도 예산에서 약 6100억 원을 감액했지만 특수활동비, 공적개발원조(ODA), 원전·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 등 쟁점 사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까지 여야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다음 달 1일 예정된 본회의에 정부 원안이 자동 부의된다.
민주당은 이를 대비해 자체 수정 예산안을 마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부 여당이 예산안 심사를 지연시키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은 경우 그 다음 날 정부 원안이 부의되는 국회법을 악용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권리를 다하기 위해서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수정안 카드는 정부 예산안에 대한 발목 잡기라는 비판을 피하면서 동시에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약 2조 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마련하고 단독 처리까지 준비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수정안만 마련하는 방법이 있고 총지출을 늘리는 증액까지 하는 방법을 다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독 처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처리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수정안을 마련해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예산 증액에는 정부 동의가 있어야 하는 만큼 결국 여당과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야당 단독 수정안은 증액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예산안에는 정쟁이 아니라 민생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예산안과 탄핵안을 연계하는 전략을 펼치는 모습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앞서 예산안에 대한 합의 없이는 30일과 다음 달 1일 본회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해당 본회의에서 ‘이동관·검사 탄핵안’을 추진하려는 민주당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의도다.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해 민주당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기국회 내 탄핵안 추진 가능성이 불투명해진다.
관건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본회의 개최 여부다. 민주당은 김 의장이 30일, 12월 1일 본회의 개최를 약속했다고 주장하지만 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김 의장이 본회의 개최를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 요구대로 탄핵안만 의결되면 국민의힘의 반발로 예산안 처리가 기약 없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김 의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예산안을 법정 시한 안에 무조건 처리하자는 것”이라며 “(본회의 개최 여부는) 예산안 협상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통과 이후 여야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2014년과 2020년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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