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의 벽을 넘지 못하며 또다시 좌초된 가운데 예타조사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에서는 균형발전을 위한 4개 노선이 예타조사를 받고 있지만 현 제도하에서는 마찬가지로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7일 서울시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 철도망, 왜 예타 통과가 어려운가’를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에서는 강북횡단선·목동선·난곡선·면목선 등 4개 노선이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예타조사를 받고 있다. 예타는 도로·철도 등 재정 사업에 대해 사전 타당성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제도로 2021년 조사가 시작된 경전철 4개 노선은 시에서 사업성 등에 관한 자료를 보완하며 발표가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안이 예타를 넘지 못하며 추가 철도망 구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기봉 서울시 균형발전정책과장은 “경제성(B/C) 평가 위주의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강남권을 제외한 서울 내 철도망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경제성·정책성 비율을 조정하고 지역균형발전 비중을 새롭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5호선 김포안도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예타를 통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내 예타 통과가 어려워진 원인으로 2019년 종합평가(AHP) 사전 가중치 변경을 꼽았다. 김정화 경기대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 항목이 이원화되며 수도권은 지역균형발전을 분석하지 않게 됐고 이로 인해 수도권 내 낙후 지역은 가점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김 교수는 여가 통행과 같은 비업무통행 지표와 교통사고 감소 효과, 탄소 중립 등 친환경 부분에 대한 편익 비중을 개선하고 광역교통축 및 혼잡도 완화와 관련된 새로운 편익 지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비사업과 지역 거점 사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현 예타제도가 예상 가능한 교통 혼잡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양천구 내 재건축이 완료되면 인구가 6만 명 이상 증가하는데 현 제도는 ‘사업시행인가’ 현장만 예타에 반영하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도시에서 교통 인프라가 뒷북을 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도 “국립한국문학관·혁신파크 등이 은평구에 유치됐거나 유치 예정으로 150만~200만 명이 1년 동안 새롭게 유입될 것으로 전망됐다”며 “신분당선 연장안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고 서울의 남북 불균형도 심화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내에서 벌어지는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타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세구 한국산업경제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 김주영 교통대 교수는 현 체제하에서 예타 신청 전 정책성 부문 등에 대한 대응 자료를 확충해 조사 시간을 줄이고 AHP 표준변환식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 시립대 교수도 환경피해·비업무통행 지표를 개선하고 지역균형발전 지표에 들어 있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재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주 서울대 교수는 지역 GDP등 수도권 경제가치를 반영해 경제성 비중을 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예타조사가 사업의 가능, 불가능 여부가 아닌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 같은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 기획재정부에 예타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도시 철도망 예타통과 전담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한다. 시는 예타 미통과 시 수도권 통근 인구 1450만 명 중 400만 명이 편도 1시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병무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범시민추진위원 외에도 은평구·종로구·서대문구·양천구 시민들이 참석해 개선을 촉구했다. 김 위원은 “대통령이 공약하고 시장이 약속한 신분당선 연장안이 무산돼 시민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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