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안 쓰게 되면 설거지 때문에 사람 하나 더 쓰려고 했는데…”
이달 23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 기간이 연장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계도 기간 연장을 넘어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일관되지 못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카페나 식당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 및 플라스틱 빨대 사용 등을 금지하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도입하며 1년 간의 계도 기간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제도 본격 시행 20여 일을 앞둔 지난 2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소상공인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소상공인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일회용품 사용 제한 정책을 마련하겠다”라며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 연장을 시사했다.
이를 두고 자영업자들 대부분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300석 규모의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 A 씨는 5일 “이제 종이컵 안된다고 해서 컵을 새로 맞췄는데 저녁 타임 같은 경우 설거지 때문에 사람 하나 더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또 유예 한다고 하는 말이 진짜냐”며 당황스러움을 내비쳤다. 10년 째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유 모 씨도 “조만간 종이 빨대를 구비해두려고 했다”며 “코로나19 때도 그랬듯이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에 자영업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이같은 행보가 ‘환경 보호’라는 세계적 흐름과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카페를 개업한 박 모(30) 씨는 “환경과 후대를 생각하면 규제가 필요하다”면서 “규제 유예를 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용기를 플라스틱 용기처럼 싸게 구입할 수 있게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행을 코앞에 두고 정부가 물러서면 앞으로 필요한 환경 정책은 어떻게 시행할 것”이냐며 “포장 용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시켜야 할 시점에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까지 후퇴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뚜렷한 대안도 없이 시행일이 닥쳐서야 계도기간을 다시 연장하는 점도 문제다. 소상공인 연합회 관계자는 “현재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소상공인들에게 온전히 전가되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과 지원책 등 마련이 규제에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규제 유예 소식이 반갑다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조 모 씨는 “손님이 포장하고 잠깐 앉았다 가는 경우 등 현장에서 다회용품만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극단적으로 규제하기 보단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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