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 국가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는 등 후폭풍이 불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5%를 돌파했다. 19일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 5%를 넘어선 10년물 수익률은 이날도 5.02%까지 올랐다가 4.85%로 마감했다. 국고채 금리가 고점에 근접했다는 진단도 나오지만 미국 경제가 견조해 금융 당국의 긴축(고금리)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국채금리가 시장금리를 끌어올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공개한 국제 금융 안정성 보고서는 전 세계 회사채와 대출 만기 도래에 따른 기업 차환이 2024년 5조 달러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달한 자금을 갚기 위해 다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돈이 5조 달러라는 이야기로 이 중 절반은 미국 기업의 부담이다. IMF는 “미국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변동금리 미국 달러 표시 부채를 보유한 기업의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달 중순 미국 약국 체인 ‘라이트 에이드’는 이자 부담 급증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주택시장도 대출 이자 부담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이자 부담에 집 사는 것을 포기한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다. 미국의 9월 기존 주택 판매 건수는 396만 가구(연율 환산)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대출금리가 급상승해 상환에 내몰리는 개인도 늘고 있다. 신용정보 회사 익스페리언은 자동차 대출 상환액이 올 4~6월 약 730달러로 2년 전과 비교해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의 조사에서도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우량 대출자’인 ‘서브프라임’ 층에서 자동차 할부금을 60일 이상 연체한 비율이 올 9월 6.1%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최고치는 1996년 10월 6.0%였다.
한편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최고치를 경신하며 1%에 육박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일본은행(BOJ)의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수정론이 부상하고 있다. YCC는 장기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정책이다. 올 7월 국채금리 상한선을 0.5%로 유지하되 시장 움직임에 따라 1%까지 용인한다는 유연책을 내놓았으나 최근 시세 변동으로 재수정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시장은 30~31일 BOJ의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YCC 추가 완화나 폐지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BOJ는 장기 국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날 정례 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4000억 엔 규모의 임시 국채 매입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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