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고용 통계 조작 사실을 적발한 감사원이 이번엔 국가채무 통계 관련 의혹으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부총리를 시작으로 감사원의 감사가 문재인 정부 시절 고위 경제관료 전반으로 번지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감사원측은 "현재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추석 연휴 전 홍 전 경제부총리를 불러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이 문제를 삼은 것은 2020년 발표된 국가채부비율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2060년 대한민국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64~81%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감사원은 해당 수치가 의도적으로 낮게 산출될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가총수입이 늘수록 부채비율은 줄어들게 되는데, 문재인 정부가 경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해 총수입이 늘리는 방식으로 채무비율을 낮췄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가 발병하자 한 해 4차례 추경을 편성하며 재정건정성 악화 우려를 키웠다.
감사원은 지난달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부동산·고용동 관련 통계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수현·김상조 전 정책실장, 홍장표 전 경제수석 등 청와대 참모 6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한 바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며, 국가채무비율이 양호할수록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영할 수 있다.
한편 홍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 중용됐다. 원만한 성품과 더불어 과거 기획재정부에서 정책조정국장 등을 지내 업무조율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에 기업규제 해소 등에서 활약을 보였다. 그러다 2018년 12월 10일 경제부총리로 임명됐다. 이후 경제부총리로서는 역대 최장수 기록인 1247일의 재임기록을 세웠다. 다만 홍 전 부총리는 확장적 재정을 기조로 하는 문재인 정권의 기조를 따라야 했던 탓에 추가경정예산을 7차례 편성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후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국가채무 증가를 심각하게 보고 문제점을 전면적으로 들여다보았는데 이번 감사원 감사도 그런 맥락에서 추진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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